대기업 원전 부품 성적서도 위조 … 검증업체 모두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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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원전 … 올해 첫 전력 ‘관심’ 경보 5일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의 한 직원이 전국 발전소 출력 현황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모니터 왼쪽으로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불량 부품 사용으로 가동이 중지된 원자력발전소 공급 능력이 빨간색 0으로 표시돼 있다. 한편 이날 오전 예비전력이 350만㎾ 아래로 떨어지면서 올 들어 처음으로 전력수급경보 ‘관심’이 발령돼 사흘 연속 전력경보가 발령됐다. [강정현 기자]

원자력발전소 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검증업체 새한티이피가 JS전선 외에 다른 2개 업체의 시험성적서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새한티이피는 두산중공업과 우진이 신고리 3·4호기에 납품한 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했다. 두산중공업이 납품한 부품은 원자로와 연결된 케이블로 원자로에서 나오는 각종 신호를 송수신하거나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우진이 공급한 제품도 원자로 밖에서 제어장치까지 연결해 주는 케이블이다. 이 케이블에 문제가 생길 경우 잘못된 신호로 원전이 멈춰설 수도 있다.

 새한티이피는 두산중공업과 우진의 케이블에 대해 방사선 노후화 시험을 하지 않고 합격품인 것처럼 결과를 조작했다. 신고리 3·4호기 건설(2014년 완공)과 관련해 우진이 한수원에 납품한 물품은 46억원, JS전선이 공급한 제품은 94억원 상당이다.

 박종훈 우진 기획관리팀장은 “전체 검증비 2억4500만원 중 새한티이피가 하지 않은 방사선 노후화 테스트 비용은 400만~5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왜 이 검사를 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 다른 검증기관에 해당 부품의 검증을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검증이 누락된 해당 제품을 시험한 뒤 부품 교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새한티이피 포함 국내 7개 기관이 검증한 부품에 대해서 모두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검찰은 새한티이피의 추가 조작 의혹 조사에 나섰다. 원안위는 “새한티이피가 다른 케이블의 시험성적서도 위조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도 “새한티이피가 고소된 내용 외에 다른 업체 등의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정황이 포착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새한티이피 오모(50) 대표와 이모(36·구속) 팀장의 진술과 회사에서 압수한 관련 서류를 통해 3~4건의 추가 위조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한티이피는 2010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국내외에서 23건의 원전 부품 검증 합격서를 발급했다.

 검찰은 또 이날 경기도 용인과 성남에 있는 한국전력기술 본관·별관을 압수수색, 새한티이피의 위조 시험성적서 승인 과정과 관련된 서류와 컴퓨터 파일 등을 확보했다. 한전기술은 국내 원전의 설계를 맡은 공기업으로, 설계대로 부품 등이 납품되는지를 검수하고 새한티이피가 발급한 부품 시험성적서 확인 작업을 한다. 한전기술은 그동안 이 회사 출신이 새한티이피 대주주인 데다 새한티이피가 원전 케이블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했는데도 적발하지 못해 유착 의혹을 받아 왔다.

검찰은 신고리 1·2호기의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를 공모한 혐의 로 새한티이피 대표와 제어케이블 제조업체인 JS전선 문모(35) 전 직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씨의 상관 김모 부장은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 체포영장 집행 직전에 음독 자살을 시도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원전 위조 부품 파문과 관련해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일부 의원의 질의에 “사실 지난주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답했다.

글=김창규 기자, 부산=위성욱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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