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우 동점골 레바논전 1-1 무승부…조1위지만 험난한 월드컵 본선길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 뉴시스]

간신히 승점 1점을 추가했지만,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졸전이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길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천신만고 끝에 레바논과 비겼다. 한국은 5일 새벽(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경기에서 전반 12분 하산 마툭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종료 직전 터진 김치우(서울)의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승점 1점을 보탠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3승2무1패를 기록하며 승점 11점을 마크했다. 한국은 이날 경기가 없던 우즈베키스탄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앞서 조 1위로 올라섰다.

조직력을 잃고 나홀로 플레이로 일관한 한국에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9위의 약체 레바논도 넘기 힘든 벽이었다. 이동국(전북), 김남일(인천), 곽태휘(알 샤밥) 등을 삼선의 중심으로 세운 최강희호는 90분 내내 짜임새 있는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남일, 한국영(쇼난 벨마레), 김기희(알 사일리아) 등 현 대표팀의 주축 멤버들과 손발을 맞춘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 선발로 나서다보니 조직력이 다소 느슨했다.

한국은 전반 12분에 선제 실점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코너킥 후속 상황에서 모하마드 하이다르가 왼발로 패스한 볼을 하산 마툭이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한국의 골망을 갈랐다. 우리 수비진이 모두 자리를 잡은 상황이었지만, 누구도 이들을 막아서지 않았다. 호흡 부재에 따른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공격에서는 집중력 부족이 뼈 아팠다. 실점 이후 파상 공세를 펼치며 흐름을 압도했지만 연이은 슈팅이 상대 골키퍼의 정면으로 향하거나 골문 밖으로 살짝 벗어났다. 골대 불운도 뼈 아팠다. 전반 24분에 이청용의 왼발 슈팅이 오른쪽 골 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온 것을 시작으로 후반 27분 곽태휘의 헤딩 슈팅, 후반 36분 이동국의 왼발 슈팅이 모두 골대에 맞고 굴절됐다.

고대하던 동점골은 후반 종료 직전에 나왔다. 추가시간 중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김치우가 시도한 왼발 슈팅이 벽을 쌓은 상대 수비수 머리에 맞고 굴절돼 골대 안쪽으로 빨려들어갔다. 시종일관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주던 김치우가 패배 위기에 내몰린 최강희호를 구했다.

실망스런 일전이었다. 당초 우려했던 경기 외적 변수는 모두 기우로 드러났다. 그라운드 상태는 걱정한 것 만큼 나쁘지 않았고, 레이저 공격 등 관중들의 비매너 행동도 없었다. 경기장 주변은 현지 군대와 경찰이 철통 경비해 평온함을 유지했다. 최강희 감독은 후반 들어 한국영, 김보경, 이근호를 빼고 김신욱(울산), 손흥민(함부르크), 지동원(선덜랜드) 등 공격자원을 잇달아 투입했지만 결국 골은 김치우의 발끝에서 나왔다.

안타까운 무승부와 함께 최강희호의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 또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우즈베키스탄과 한국(이상 승점 11점)과 이란(10점) 등이 선두권에 촘촘히 포진해 남은 두 경기 모두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됐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직행권이 주어지는 2위 이내의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은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을 사실상 모두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송지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