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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호 셰프가 말하는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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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는 도축 후 일정기간 숙성 기간을 둔다. 이 과정을 통해 쇠고기 자체에 있는 효소의 작용으로 고기 맛이 풍부해지고 질감도 부드러워진다. 한국식 구이뿐 아니라 스테이크도 마찬가지다. 더 반 프라임 스테이크하우스의 박영호 셰프는 “스테이크 숙성 방법은 기본적인 매뉴얼을 토대로 셰프마다 다른 숙성법을 쓴다”고 설명했다.

 숙성 방식은 크게 웨트 에이징(Wet Aging·습식숙성)과 드라이 에이징(Dry Aging·건식습성)으로 나뉜다. 웨트 에이징은 고기를 덩어리째 진공 상태로 포장한 후 외부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냉장 상태에서 숙성하는 방법을 말한다. 육즙이 풍부하고 신선한 것이 특징이다. 드라이 에이징은 진공 포장하지 않고 공기가 순환되는 저온 저장고에 걸어 자연 숙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숙성 과정에서 고기 수분이 날아가고 지방과 육즙의 풍미가 고기에 농축된다. 고기 풍미가 진해지고 식감이 부드러워진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숙성 방식은 드라이 에이징이다. 5년여 전 국내에 처음 들어와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비결은 숙성된 고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칠맛이다. 단, 드라이 에이징은 습도·통풍·온도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완벽하게 갖춰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맛을 내기가 까다롭다. 또 숙성 후 마른 표면을 깎아 버리기 때문에 일반 스테이크에 비해 값이 비싸다. 일반 스테이크 가격의 두 배 정도다.

 밖에서 사먹으려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집에서 직접 드라이 에이징을 하는 주부도 최근 조금씩 늘고 있다. 키친타월로 핏물을 닦아주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3일에서 2주일 정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다.

 박 셰프는 “집에서 드라이 에이징을 할 때는 냉장고에서 바람이 나오는 쪽에 고기를 두고 공기가 잘 순환될 수 있도록 고기는 체반 위에 올려놓으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하면 고기 표면이 꼬들꼬들하게 마르면서 숙성되는데 그사이 숙성된 향이 고기 안쪽까지 밴다. 최근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SSG푸드마켓 등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드라이 에이징한 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고기를 잘 굽는 노하우도 있다. 부위에 따라 굽는 방법이 다르다. 꽃등심처럼 질감이 부드럽고 지방이 있는 부위는 그릴이나 차콜을 이용해 직화로 굽는다. 채끝이나 등심처럼 질감이 있고 기름기가 적은 부위는 팬에 오일을 살짝 두른 후 굽는다. 기름이 고기를 부드럽게 할 뿐 아니라 숙성시키는 역할도 한다. 박 셰프는 “레스토랑에서도 미리 예약하면 하루나 이틀 전에 오일에 넣어 숙성시켜 고기 맛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송정 기자

◆박영호(39) 셰프는 신라호텔 프랑스 레스토랑 ‘라 컨티넨탈’과 ‘카페 파크뷰’ 등에서 일하다 와인바 뱅가를 거쳐 2011년 ‘더 반 프라임 스테이크하우스’ 셰프로 자리를 옮겼다. 미국 정통 스테이크 맛을 재현하기 위해 미국 서부 유명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스타주(인턴)를 하고 미국의 유명 드라이 에이징 숙성고를 다녀오기도 했다. 지금도 매일 드라이 에이징 숙성고의 습도·온도·풍향까지 세심하게 체크하며 고기를 숙성하고, 육즙 손실을 최소화하는 브로일러 기법 등을 써서 맛 좋은 스테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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