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탓 쪼그라든 대통령 직속 청년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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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

‘윤창중 스캔들’의 유탄이 엉뚱하게 신설될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이하 청년위)로 튀었다.

 청년위는 지난 4월 초 대통령령(‘청년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으로 설치가 예고된 조직이다. 당시만 해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장관(급) 12명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가하는 파워풀한 조직으로 꾸려졌었다. 정부 쪽 위원 외에도 대통령이 위촉하는 38명 이내의 위원, 위원장이 지명하는 50명 이내의 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었다. 대통령령엔 300명 규모의 자문단도 둘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우주인 고산씨 등 직업 분야별로 ‘2030 정책자문단’을 만들어 현장 중심으로 활동하게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기류가 급변했다. 100명까지 임명이 가능했던 위원 숫자가 ‘40명 이내’로 줄었다. 민간위원 숫자가 대폭 줄어들도록 대통령령을 바꿨다. 40명 이내로 돼 있지만 실제론 20명 정도로 출범할 것이라고 한다. 장관들의 참여도 백지화됐다. 당초 당연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가 ‘필요할 때 부를 수 있는’ 것으로 변경됐다. 인원이 축소되면서 2030정책자문단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위원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년특별위원장을 맡았던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이 유력했으나 기구 축소와 함께 다른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늦어도 4월까지로 예정됐던 출범 자체가 한 달 이상 지연되고 있다.

 이에 청와대 오균 국정과제비서관은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만큼 그동안 위원들을 검증하는 기간이 좀 길게 걸렸다”며 “위원들의 숫자가 너무 크면 내실 있는 토의가 이뤄질 수 없다”고 축소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윤창중 스캔들과 관련이 있다는 게 새누리당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년위와 윤창중 스캔들이 무슨 상관일까.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윤창중 사태 이후 청와대엔 가급적 문제가 될 만한 모든 걸 배제하자는 기류가 퍼졌다”면서 “민간위원이 대거 위촉된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서 사고가 나면 그 파장을 어떻게 할 것이며, 그 책임은 누가 질 건가”라고 되물었다.

 지난달 초 발생한 윤창중 스캔들을 계기로 청와대에 ‘안전이 제일’이란 기류가 쫙 깔리면서 위원회 축소론이 힘을 얻게 됐다는 얘기다. 그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인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위원들을 그렇게 많이 모아 놓으면 그중에 아무도 사고를 안 친다고 누가 장담하겠느냐”고 했다.

 불똥은 청년위뿐만 아니라 대통령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로도 튈 전망이다. 청와대는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를 위원장으로 내정한 국민대통합위원회도 일단 20명 수준에서 출범시킬 계획이다. 당초엔 60명 정도로 출범할 예정이었다. 이외에 지역발전위원회·기회균등위원회 등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위원회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년위는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반값등록금과 같은 청년 대상 공약을 주도적으로 만들어왔다. 그러나 규모가 축소되면서 “일하는 조직에서 상징적인 조직으로 바뀌어 버렸다”는 소리가 새누리당에선 나온다. 김상민 의원은 “어쨌든 중요한 건 정책”이라며 “정당 국고보조금의 5%를 청년사업에 의무할당하고, 청년발전 기본법안을 만드는 일은 당에 있더라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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