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서 본 보름달 … 시적인 순간 … 신라의 미, 뉴욕에 제대로 알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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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

“석굴암에서 보름달이 뜨는 걸 지켜본 순간은 시적이었어요.”

 토머스 캠벨(51)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하 메트) 관장은 지난해 경주를 다녀오고 난 뒤 석굴암에 매료됐다. 그는 “신라는 조선이나 고려에 비해 서구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신라의 화려한 예술을 서구 관람객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캠벨 관장은 3일(현지시간) 메트의 올 가을 전시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났다. 메트는 오는 10월 29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4개월 동안 ‘신라 : 황금의 왕국(Silla: Korea’s Golden Kingdom)’이란 특별전시회를 연다.

 이번 전시회엔 국립중앙박물관과 경주국립박물관에 소장된 10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될 예정이다. 국보와 보물 문화재도 20점 가까이 포함된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메트 2층에 있는 한국관이 아니라 관람객이 가장 많이 찾는 1층 그리스·로마 전시실 바로 옆에 마련된다. 삼국시대 신라에서부터 통일신라시대에 이르기까지 신라 예술품의 진수를 세 개 주제로 선보인다. 전시회를 마련한 이소영 큐레이터는 “신라가 단지 동북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아니라 실크로드를 거쳐 유라시아 대륙과 교류한 고대 왕국이었음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라 특별전 아이디어는 2008년 메트의 아시아담당 큐레이터인 드니스 라이드가 경주를 방문했을 때 경주박물관 측에서 처음 꺼냈다. 이후 캠벨이 2009년 1월 40대 젊은 나이로 메트 관장에 취임한 직후 한국을 방문하고 나서 가속도가 붙었다. 캠벨은 한국 방문 때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만났다. 5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문화재 관리와 훼손 예방에 쓰도록 하자는 문화재보호기금법을 박 대표가 앞장서 밀어붙여 국회 통과시켰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캠벨이 면담을 요청해 이뤄졌다.

 “메트의 한국실이 규모가 작다”는 당시 박 대표의 지적에 캠벨은 “특별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메트에선 중국과 일본 고대 유물 특별전은 수차례 열렸으나 한국의 한 왕조를 아우르는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캠벨과의 일문일답.

 - 한국엔 여러 왕조가 있는데 굳이 신라를 선택한 이유는.

 “메트는 과거 15년 동안 한국 예술을 알리는데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런데 신라 예술은 상대적으로 서구세계에 덜 알려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제 신라를 제대로 알려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 경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내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은 위대한 유물이 탄생한 곳에 직접 가서 볼 수 있다는 거다. 유물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용됐는지 보면 그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일반 관람이 끝난 뒤 석굴암에 들어갔는데 마침 보름달이 떠 너무나 시적이었다. 잊을 수 없다.”

 - 1층에 전시관을 만들었는데.

 “메트엔 크고 작은 전시실이 10개 있다. 주제에 따라 전시실을 배정하는데 신라 특별전은 워낙 중요해 가장 큰 방을 배정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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