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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크의 신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아이크」는 며칠째 병마와 싸우고있다. 「텔리타이프」는 방금 「크리티컬」(Critical) 이라는 표현을 타전하고있다. 「크리티컬·컨디션」은 바로 죽음에 임박했을 때 아슬아슬한 생과 사의 경계를 표현하는 말이다. 죽음의 경지에서 신음하고있는 그에게 깊은 동정이 간다.
미국의 대통령 중에서 「아이크」만큼 우리에게 인상적인 경우는 드물다. 한국 동란은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그의 선거공약은 바로「한국전쟁의 종결」이었다. 「엉거주춤한 휴전」은 우리의 의지와는 먼 것이었지만, 전화의 중지는 하나의 사실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가 지난61년 허정과정당시 한국을 방문하여 그의 「인간마크」인「백만불짜리 미소」 를 과시한 것도 역시 인상적이었다. 그때 서울역 광장이 인해로 메워져, 그의「입경퍼레이드」가 도중에 중단, 지금 본사사옥의 옆골목으로 빠져 미대사관저택으로 사라졌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그것은 미국에 대한 인기라기보다 인간 아이크에 대한 그것이었다.
세계의「저널리즘」은 그의『귀(이)에서 귀까지 이르는 미소』(이어·투·이어·스마일)를 곧잘「백만불짜리」라고 불렀다.
그가 집권하는 8년동안에 미군의 해외투입이 한번도 없었던 것은 그의 미소덕분이었는지도 모른다.
「흐루시초프」와의 「파리」회담을 결렬시킨 U2기 사건은 그 후에 알려지기로는「아이크」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U2기가 소련접경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CIA에서 미리 알려주었던들 그는 그 공중사찰을 중지시켰을 것이며, 그것은 현대의 역사를 바꾸어 놓을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8년의 집권생활을 떠나면서 미국의 군수산업에 무거운 경고를 서슴지 않은 것은 자못 역사적인 발언이다. 대통령인 그도 어찌할 수 없게 미국은 거대화되었다는「아이러니」이기도 하다. 더구나 그는 군출신 대통령인데도 그것에는 더없이 비판적이고 냉엄했다.
『나는 전쟁을 생활한 군인으로서 그 전쟁의 잔인성 무모성, 우매성을 경험한 사람만이 아는 그런 증오감으로 전쟁을 본다』아이크가 한 말이다. 전쟁으로 대통령까지 된 그가 바로 그 전쟁을 증오하는 「아이러니」는 의미깊다.
평화대통령의 병고에 신의 가호가 깃들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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