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적 전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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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찰제가 장려된지도 퍽 오래된다. 원래가 상업도덕의 정화를 위한 것이었으나 별로 일반 고객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있다. 따라서 있으나 마나한 것이 정찰제다. 정찰제는 깎고 승강이하이 입씨름하는 번거러움을 덜어 준다는 뜻에서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기는하다. 그렇지만 흥정의맛을 앗아가서 매매행위에 따르는 재미가 없어진다 하여 아예 정찰제를 기피하는 고객들이 더많다.
이것은 파는쪽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예로부터 흥정에 능한게 서울사람으로 되어있다. 눈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값을 후려 때리고, 안 사겠다고 가게를 나가는척도하고, 달래보다 화도내보다…이런 연극에 서울사람들이 제일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의 상인들도 이런 흥정의 연극에 장단 맞추기를 잘한다.
그래서「서울 깍쟁이」란 말도 나온 모양이지만, 한번 흥정에 맛이 들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또 어느 의미에서는 흥정의 여유가 있어야 좀 살 맛도 있게 된다. 장사뿐 아니라 정치며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흥정을 할때에 지켜야할 요령들이있다. 첫째로 너무 성급하게 굴어서는 안된다. 상대방이 지칠때까지 기다리는 끈질긴 맛이 있어야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중요한것은 그렇다고 너무 오래 끌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재미있어 미소작전을 쓰다가도 나중에는 서로 역정이 나게 되고, 흥정이 성립된 다음에도 뒷 맛이 쓴법이다.
여름내 관심거리가 되어 오던 당인리발전소 제5호 「터빈」이 16일새벽 드디어 한강을 건너는데 성공했다. 출력 25만킬로와트의 이「터빈」의 도강으로 앞으론 전력난도 해소되겠지만 어딘가 뒷맛은 개운치 못하다. 그동안 2천여만원의 비용과 연5천여명의 인원이 동원되어야만했던 이번의 수송작전은 우리나라 운송사상 제일 벅찼던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도강을둘러싼 논쟁이 47일이나걸렸다는것은 좀납득이 안간다.
인천에 이 「매머드화물」이 내려진지104일, 인천에서당인리까지의거리를 32킬로로 잡는다면 하루 3백미터 정도 밖에 수송하지못한 셈이 된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였다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40여차례나 회의를 거듭해야만 했다는 것은 좀 너무 한가한 얘기였던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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