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러시아 유전개발' 커지는 의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철도공사 산하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이하 철도재단)의 러시아 유전개발사업에 사업파트너로 참여한 국내외 합작사들이 한결같이 부실기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철도재단은 사업성 검토 과정에서 이를 파악하고도 계약금 65억원을 러시아 측에 송금하는 등 사업을 강행해 사업참여 배경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중앙일보 3월 28일자 8면>

31일 철도공사 등에 따르면 철도재단이 유전개발사업을 위해 설립한 한국크루드오일(KOC)의 국내합작사인 H부동산개발회사는 러시아 측과 사업계약을 체결(2004년 9월 3일)하기 직전인 지난해 8월 30일 부도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철도공사 관계자도 이와 관련, "당시 (그 회사가) 부도났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부도 소식을 접한 뒤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사업본부장(러시아 출장중)이 알고 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러시아 측 사업파트너인 알파에코사도 재정상태가 엉망이었다. 본지 취재 결과 당시 철도재단의 법률자문 담당 변호사는 '알파에코사의 재무상태가 나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철도청에 제출하는 등 경고를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철도청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국제합작사업을 추진하면서 왜 국내외 사업파트너들의 재무상태조차 파악하지 않았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혀 경험이 없는 신규사업을 시작하면서 최고경영자의 결제를 얻지 않고 당시 사업본부장 왕모씨가 핵심사안을 전결로 처리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왕 본부장은 우리은행에서 러시아로 보낼 계약금 65억원을 대출받으면서 철도청 명의의 확약서를 은행 측에 써주고도 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사안은 본부장 전결 사항이었기 때문에 보고할 의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확약서는 지급보증서가 아니라서 재단에 손실을 끼치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사건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는 "확약서에 '유전사업이 잘못될 경우 철도재단이 돈을 갚을 수 있도록 수익성 사업을 지원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의 보증서"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H사의 대표 전대월씨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월 10~15일 사이에 감사원에 출두해 의혹을 풀겠다"고 밝혔다.

김기찬.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