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7년간 ‘스모킹 드래건’ 작전 스파이 심어 증거 서류 확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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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호 04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이 2005년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 계기는 위폐 달러가 제공했다. 북한엔 1990년대 무기·마약 거래 등 불법 사업을 통해 벌었기 때문에 떳떳하게 은행에 입금시키기 곤란한 달러가 쌓여 있었다. 그런 돈은 금융의 관점에선 ‘죽은 돈’이었다.

마카오 BDA은행 사태의 뒷얘기

국제거래를 하려면 은행에 입금해야 하고 그러려면 일정액 이상의 현금은 출처를 소명해야 하는데 북한엔 그게 어려웠다. 서방 금융에 접근할 수 없고 서방 은행도 북한 돈을 피했다. 북한은 ‘죽은 돈’을 ‘산 돈’으로 만들기 위해 골머리를 싸맸다.

그런데 90년대부터 BDA가 길을 터주기 시작했다. BDA는 현지에서 가업으로 전해져 온 소규모 금융업체였다. 그런데 북한의 돈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받아주면서 크기 시작했다. 입금처를 찾아 헤매던 달러 뭉치는 보따리나 대형 박스에 담겨 항공 편이나 트럭으로 BDA로 실려왔다. 더구나 마카오는 북한인들이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돈은 ‘산 돈’으로 세탁됐다.

그런데 문제가 조금씩 누적돼갔다. BDA은행은 ‘마구 받은 북한 달러’를 홍콩 은행에 재입금시켰다. 홍콩 은행들은 BDA와 달리 달러를 꼼꼼히 살폈다. 위폐가 나오자 입금처가 BDA의 CCTV로 입금자를 확인했다. 거기서 북한인이 나타났다. 한 소식통은 “95년 마카오의 차오광 대표부 김석칠이 위폐 15장을 입금시키는 게 발견됐고 96년에도 위폐 55장이 발견됐다”며 “그러면서 미국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광진 선임연구원은 석사 논문 ‘북한의 외환관리시스템 변화 연구’에서 “미국은 99~2005년 7년에 걸쳐 ‘Smoking Dragon’과 ‘Royal Charm’이란 비밀 작전을 해 마침내 중국계 미국인 차오퉁 우를 핵심 용의자로 체포하고 ‘북한이 위폐 달러 제조국’이란 사실을 밝혀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 FBI·CIA·법무부는 합동 조사반을 만들었다.

한 소식통은 “미 정보 당국은 내부에 협조자를 심어 BDA의 거래 서류를 ‘거의 몽땅’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은행 북한 계좌에 든 2500만 달러와 차명 계좌를 포함해 총 4000만 달러가 최종 압수됐다.

그 과정에서 현지 사채업의 큰손으로 알려진 마카오 주민 바이터우(白頭) 린(林)모 등 다수의 현지인도 사법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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