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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해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갑자기 생기를 찾은 동생들이 장마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비좁은 응접실에 모여앉아 재미있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국민학교 5학년인 정수가 중학교2학년인 제언니에게 말했다.
『언니야! 나는 7·15해방 이후 한번도 영화를 못 보았으니 내일일요일에 황금박쥐 영화 구경 시켜줄래?』
○…좋은 중학교에 보내겠다고 몇 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과외공부를 시켜왔던 동생이었기에 8·15해방이란 말을 잘못한줄만 알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경수야! 도대체 7·15 해방이뭐니! 국민학교 5학년이면서….』
정수는 너무도 태연하게 말 하는것이 아닌가.
『8·15는 민족해방이고, 7·15는 어린이 해방이란 말이야.』
○…몸서리치는 시험지옥에서 벗어나 근심없는 「내일」 을 설계하는 꼬마들의 티없는 대화속의 7·15해방의 기쁨을 형, 누나, 아빠, 엄마들은 얼마나 이해할 것인가도 생각해 보았다.
마당에 뛰어다녀도, 나무에 매달려도, 동와책을 읽는것을 볼때도 입시준비와 연결하아야만 했던 나자신이 어제까지의 악몽에서 깨어난 것을 생각하면 꼬마동생이 부르짖는「7·15해방」의 만세소리를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조남천·28세·서울 중구 오장동l01의 1호·임용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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