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칼라의눈>(152)전쟁과 협상의 길|미·월남정상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18일「하와이」의「히캄」공군기지에내린「구엔·반·티우」대통령의 표정은 사뭇 심각하고도 초조했으나「린든·B·존슨」미대통령과 이틀동안의 회담을마치고 돌아갈때에는 어느정도 안도의 빛이 감돌았다.

<심각했던「티우」표정|돌아갈 때는 안도의 빛>
원래「티우」대통령은 6월20일께 열흘쯤여유있게 미국을방문하면서 미국요로들과 여러문제를 털어놓고 회담할 계획이었으나「베트콩」의3차공세임박설과「구엔·카오·키」부통령과의 압력등의새로운 사태발전으로 이번「하와이」회담이 마련됐던것이다.

<두정상 다섯번째 만나|무마성격 짙었던 회담>
「티우」대통령이「존슨」과 무릎을 맞대고 마주앉기는 이번이다섯번째. 그러나 이때까지의 회담은 공산군을 격멸하고 평정계획을 어떻게 순조롭게 추진시키느냐는, 극히 뚜렷하고고 공통적인 의제를 다룬데비해 이번 제5차회담은「파리」평화회담에대한 쌍방의 의견조정이란, 전혀 차원이 다른문제를 취급하기때문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것이다. 이번 회담은 미국으로서는「파리」협상과 한걸음 더 나아가서 월남전종결후까지 이르는 문제의「정지작업」의 일환으로 계획했던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파리」협상에대해 의견을 달리하고 의구심을 품고 있는 월남정부지도층을설득, 타협을 피해야한다.

<파리회담 비밀 흥정설|월남지도층 크게 자극>
역사는 되풀이된다는격언 그대로 이번「하와이」회담이 판문점 휴전회담 때 당시의 「로버트슨」국무차관보와「클라크」「유엔」군사렁관이 뻔질나게 서울을 드나들면서 이승만박사를 설득하던것과 매우 흡사하다는 평도 이때문에 나온것이다. 그러므로「티우」대통령이「히캄」공항에 도착했을 때 보인 굳은 표정은 충분히 이해할만했다.
「티우」대통령은「뉴요크· 타임즈」지가『천리길에의 일보』라고 명한「파리」회담이 시작됐을때 내심으로는 못마땅히 생각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월남전의 명예로운 협상해결에는 반대치않는다는 태도를 취하고 그회담에 정부「업저버」를 파견했다. 「티우」대통령은 그때 협상을 무작정 끌수는 없으므로 시한을 정해야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지난 5월11일부터 미국과 월맹대표가「파리」에서 접촉을 개시한이래 회담자체는 13회의 모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별다른 성과는 없지만「사이공」정부를 자극, 경계시킬만한 몇가지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다시말해서 미국과 월맹이 막후비밀흥정을 통해서 협상타결의 길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지않나하는 시사가 나온것이다.

<베트콩 단체인정발언|사이공지서 정면반대>
그 첫째는「애버럴·해리먼」대표가「오스트리아」기자와의「텔리비젼」회견에서『「베트콩」이 무기를 버린다면 그를 정당한 존재로 인정해도 좋다』고 말한점이다. 이보도는「티우」정권에 심각한 충격을주었으며 17일자의 「사이공·데일리」지는『「해리먼」발언은 놀라운것이며 이는 월남정부의 공식입장과는 정면으로 반대된다』고 날카릅게 비판했다.

<케산기지의 미군철수|「두번째축전」아닌지>
둘째는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미합동참모본부가 대통령에게 사수 서약서까지 제출한「케산」기지로부터 소리없이 철수했다는점이다. 물론 미국의 월남전략은「궤스트모얼랜드」가 물러난 다음,「수색격멸전」으로부터「거점방위」로 급선회했기 때문에「케산」기지사수의 값어치가 없어졌다는점을 들고있다. 그러나「케산」포기는 19도북폭제한이래 미국이 취한 두번째의 축전조치가 아닌가하는 의문을 남겼다.
세째는 공산군의 제3차대공세설이 파다한데도 불구하고, 공산군의「사이공」시포격이 월여나중단되고있다는사실이다. 이모든 징조는 미국과 월맹이「사이공」정권을 소외한채 암암리에「상호축전」을향해 한걸음한걸음 다가서고있는 인상을 풍기게했다.

<사이공들른 클티프드|「연정」동의 종용설도>
특히「호놀룰루」회담에앞서 월남을방문한「클리포드」국방장관이「티우」대통령에게 북폭의전면중지와「베트콩」과의 연정수립에동의할것을 종용했다는 이야기 (공식적으로는 부인)도있어「티우」대통령은 비장한 심산으로「존슨」과의 회담에 임한것이 분명하다.

<최종적평화 실현때만|전면전투중지등 가능>
회담후 발표된 공식 고동「코뮤티케」를 보면 ―물론 막후에서 오고간 흥정이나 이야기는 알길이 없지만-적어도 애초에「티우」대통령이 품고온소외감과 경계심을「존슨」대통령이 어느정도 씻어주었다는 것만은 틀림없는것 같다. 이것을 뒷받침할수있는 몇가지 대목을 열거해보면 첫째로 미국은 월남의 동의없이 연정을 비롯한 어떤 형태의 정부도 강요치않는다. 둘째로「베트콩」을 정치단체로 인정치않으며, 월남헌법의 준수를약속한「베트콩」은 개인적으로 정치참여를 허용한다. 세째로 북폭및 대월맹전투행위전면중지는 최종적인 월남평화실현의 일환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코뮤니케」에서는 못박고있다.

<후옹등용·주전파실각|대월맹태도에 신축성>
「티우」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당장은「베트콩」을 단체로서 연정에 참여시키지않으며 월맹의 뚜렷한 축전조치가 없는한 북폭의 전면중지는 없다는 보장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월남전쟁은 전쟁터가 아니라 어차피 협상탁자에서 해결될수밖에 없다는「대명제」는「사이공」정치기상도에도 이미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구엔·카오·키」부통령을 우두머리로한 주전파의 실세와 월남정계에 행동반경이 넓은「트란·반·후옹」수상의 등장은 그대표적 예라 하겠다.

<「2중고」뚫어야하는 두 나라 공동운명지녀>
「티우」대통령으로서는 동맹국인 미국의 지원과 보장을 최대한으로 받으면서 적과 명예로운 협상해결을 꾀해야할 2중의 고된 과제를 수행해야하며 미국 역시 한국휴전회담때 처럼「하노이」및「사이공」의 두 정권을 상대로 그 성격과 흥정내용은 판이하지만, 협상을 벌여야할 어려운 입장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월남전의 협상해결을 위한『큰 물결』은 천천히 굽이치고 있지만 이 물결이 하구에 이르려면 아직도 오랜 시일을두고 여러차례, 거센파도를 일으킬것같다.
글 박경목 외신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