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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천일야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라크」는 별로 귀에 설지않은 나라이다.
요즘 장마철에 얼른 생각나는것은 구약성서에 유명한 「노아의 홍수」 는 「이라크」의 고토 「메소포타미아」 에서 일어난 일이다.
「티그리스」니, 「유프라테스」 니 하는 강이름은 세계고대사의 첫 「페이지」 에 등장한다.
「메소포타미아」는 바로 그사이에있는 옥토였다.
인류 최고의 농경문명이 바로 여기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은 새삼 역사의 여명을 보는 흥분마저 없지않다.
아직도 수도 「바그다드」는 「티그리스」 강을 실오리 처럼 걸치고있다.
「바그다드」라면 또 생각나는것이있다.
그 「아라비언·나이트」(천일야화)의 도시「바그다드」.
지금부터 1천2백년전 「압바스」 왕조는 이곳을 거대한 원형도시로 건걸하고 「바빌룬」 문명의 영광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그때 이도시의 인구가 무려 1백50만명이었다니, 그 번화함을 짐작할수있다.
그러나「이라크」의 인상이 그처럼 감동의 연속만은 아니다.
1963년 「쿠데타」에의해 쓰러진 「카셈」 의 시체가 「텔리비젼」에 공개되었을때 세계의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 처참하게 죽어 넘어진 집권자의 모습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이라크」 에 「쿠데타」 의 음산한바람이 불기 시작한것은 1958년 「파이잘」 2세가 군부에의해 살해되던 때부터이다.
그후 이제까지 무려 7차례의 「쿠데타」를 장식한다.
그중엔 실패한 4건의음모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쯤되면 「쿠데타」 는 이나라의 정권교체예식이나 다름없다.
인류문명의 고향인 이나라의 국민소득은 최근의 집계로는 2백35 「달러」 에 지나기 않는다.
역사의 파문과 함께 문명도 씻겨 오늘「이라크」국토의 반은 풀한포기없는 사막이되었으며, 역시 물이 없는곳에 농업이 풍성할리없다.
「석유의 국가」라지만 그것은 일부의 수익일뿐 국민소득의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나라가「쿠데타」의 「챔피언」이된 것은 그런 현황속에서 강대국들의 뒷바라지를 드는데에 정신이 팔려있었던 탓도 있다.
이번 17일새벽의 「알바르크」소장의 「쿠데타」 는 결국「이라크」의 무엇에 기대하는것인지 모른다.
「이라크」가 날로 「천일야화」속으로 뒷걸음질 치는것은 세계문화사를 거꾸로 보는 고소마저 금치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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