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직구 → 중반 변화구 → 후반 직구 … 현란한 공 배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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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류현진이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둔 뒤 포수 A J 엘리스와 포옹하고 있다. [LA AP=뉴시스]

류현진은 9회에도 다저스타디움 마운드에 올랐다. 아무렇지 않은 듯 터벅터벅 걸어 나오더니 불같은 공을 뿌렸다. LA 에인절스 첫 타자 브렌던 해리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공은 시속 93마일(약 150㎞)이 나왔다. 나머지 두 타자를 내야땅볼로 잡아낸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11번째 등판 만에 완봉승(3-0)을 거뒀다.

 류현진은 29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9이닝 동안 안타 2개를 맞았을 뿐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그의 직구 스피드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최고인 시속 95마일(153㎞)에 이르렀다. 경기 막판까지 파워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최고 95마일, 9회에도 93마일의 공을 던진 게 대단했다”고 칭찬했다. 투구수 113개 가운데 직구가 68개(60%)였다. 직구가 워낙 좋으니 오른쪽 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서클 체인지업(24개·21%)이 더욱 효과적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삼진 7개를 두 가지 구종으로만 잡아냈다. 슬라이더(10개)와 커브(11개)는 양념처럼 섞는 정도였다.

 류현진이 던지는 모든 공은 원하는 곳에 정확히 들어갔다. 볼넷과 몸맞는공이 하나도 없어 투구수를 아낄 수 있었다. 1회부터 3회까지 빠른 공으로 타자를 압박했고, 중반엔 변화구로 유인했다. 8, 9회는 초반보다 더 빠른 공을 던졌다. 류현진은 네 가지 구종을 정확하게 던졌고, 완급조절까지 했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아트 피칭’을 보는 건 큰 즐거움”이라고 감탄했다. 류현진의 피칭은 투수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류현진은 이달 들어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이전 두 경기 최고 스피드는 148㎞에 그쳤고, 투구수 90개를 넘기면 지친 기색을 보였다. 그때마다 류현진은 느린 변화구로 버티며 승리를 쌓았다. 에인절스전에서 그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공격력이 뛰어난 에인절스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팀 타율 8위(0.264), 팀 홈런 8위(59개)에 올랐던 에인절스 타선은 2회 하위 켄드릭의 안타 이후 8회 2사까지 20명 연속으로 삼진 또는 범타로 물러났다.

 보너스로 류현진은 공격과 수비 능력도 뽐냈다. 2회 1사 1루에서 직선타구를 글러브로 막아 땅볼로 처리했고, 4회 2사에서는 자신의 왼발을 강타한 타구를 침착하게 잡아 처리했다. 타석에선 3회 우월 2루타를 터뜨렸다. 이날 다저스의 첫 안타였다. 3타수 1안타를 때린 류현진의 타율은 0.250(24타수 6안타)으로 올랐다. 잘 던지고 잘 치고 잘 잡은 류현진의 원맨쇼였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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