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영향력 1위 빅뱅 … 팬 충성도 1위 슈퍼주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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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SM과 YG 양대 기획사 대표 뮤지션 중 페이스북에서 가장 널리 퍼지는 건 빅뱅(왼쪽)이고, 가장 적게 퍼지는 게 소녀시대였다. YG와 SM에 따르면 페이스북 팬, 유튜브 영상을 본 이들의 남녀 성비는 평균 4:6. 하지만 `좋아요`를 누르는 등 적극적으로 퍼뜨린 이들의 남녀 성비는 3:7~2:8이었다. 여성 팬이 퍼나르기에 더 적극적이라는 뜻이다. 남성팬이 많기로 유명한 소녀시대도 `활동적 팬`의 성비는 3:7이었다. [사진 YG, 중앙포토]

싸이를 글로벌 스타로 만든 건 유튜브에 올린 ‘강남스타일’ 동영상 한 편이었다. K팝스타들에게 요즘 가장 중요한 마케팅 수단은 페이스북·유튜브 같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열성팬을 연결시키는 통로가 된다.

소셜 음악 서비스 ‘뮤즈어라이브’가 자체 개발한 ‘더보다넷(www.theboda.net)’ 베타 서비스를 활용해 4월 세째주 기준으로 국내 아이돌 가수의 소비행태를 분석했다. 일단 양대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의 사례를 들여다봤다. 빅 데이터 분석을 음악시장에 적용한 첫 사례다. 구체적으로 YG의 싸이와 빅뱅, SM의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를 살펴봤다. 두 기획사의 색다른 색깔만큼이나 분석 결과도 흥미롭게 나타났다.

◇충성도 높은 슈퍼주니어 팬=페이스북 영향력은 YG의 승리였다. 페이스북에 올린 콘텐트가 이용자들에게 퍼지는 정도는 빅뱅>싸이>슈퍼주니어>소녀시대 순으로 높았다. 가령 4월 셋째 주 1주일간 싸이의 포스트는 평균 7000여 회씩 공유된 반면 소녀시대는 평균 496회 공유되는데 그쳤다. ‘좋아요’ ‘공유’ ‘댓글’ 등의 활동을 주 1회 이상 한 ‘활동적(active)' 팬 수도 빅뱅>싸이>슈퍼주니어>소녀시대 순이었다. <표 참조>

하지만 싸이의 활동적 팬 중 8할이 단 한 차례만 움직인 반면, 슈퍼주니어 팬은 2회 이상 활동한 비율이 과반수가 넘는 등 충성도가 매우 높았다. 뮤즈어라이브 이성규 대표는 "글로벌 진출을 지향하는 아티스트가 팬 수는 많은 반면 적극적 활동 비율이 낮은 경향이 있다. 이 비율을 끌어올리는 게 K팝 스타들의 과제"라고 말했다.

◇'빌보드 가수' 싸이와 소녀시대=페이스북의 ‘활동적 팬’의 지역 분포도 뮤지션별로 달랐다.

싸이와 소녀시대는 영어권(각 30~31%), 빅뱅은 일본(23%)팬이 가장 많았고 슈퍼주니어는 영어권(25%)·대만(18%)팬이 많았다. 위키피디아의 페이지뷰의 언어권별 접속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싸이가 ‘젠틀맨’을 발표한 초기에는 스페인어권 접속자가 영어권을 추월했다. 소녀시대는 위키피디아 영어권 페이지뷰가 2만~3만 건에 달해 평상시엔 싸이를 넘어설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 대표는 “연구 결과 위키피디아 페이지뷰는 디지털 앨범 판매와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싸이와 소녀시대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YG팬은 YG패밀리가 좋아=본지가 더보다넷에 접속해 5월 13~28일 기준 페이스북 열성팬(각 뮤지션별 활동 상위 500명)의 팬 중첩도를 뽑아봤다.

싸이 열성팬의 29%가 빅뱅 팬이었다. 빅뱅 열성팬은 2NE1(23%)·싸이(10%)·이하이(7%)와 고르게 겹쳤으나 SM 뮤지션에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반면 소녀시대 열성팬은 슈퍼주니어(9%)·샤이니(7%), YG 소속인 빅뱅(7%)·2NE1(3%) 등에 조금씩 관심을 보였다. 슈퍼주니어 열성팬은 소녀시대(9%)·샤이니(4%), YG의 빅뱅(5%)과 약간 겹쳤다. SM이란 이름보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뮤지션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는 공교롭게도 YG와 SM의 소셜 전략과 배치되는 결과다. SM은 'SM타운'이라는 통합채널을 중심으로 소속 뮤지션을 묶어낸다. 차트 1위 속보 등 공신력이 필요한 내용은 'SM타운'에 올리고, 비교적 가벼운 이슈는 뮤지션 채널에서 업로드하는 등 역할을 분담한다. 반면 YG는 싸이가 자신의 콘서트 소식을 직접 유튜브에 올리는 등 뮤지션별 채널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통합채널인 'YG패밀리'는 그런 콘텐트를 '공유'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정도에 머문다.

이 대표는 “YG는 권력분산형이라면 SM은 중앙집중형이다. SM은 시너지를 노리는 듯하지만 개별 뮤지션을 소비하는 팬 입장에선 원치 않는 다른 가수까지 소비해야하는 불편이 있다”고 평했다.

◇SNS 따라 움직이는 뮤지션=특징은 좀 다르지만 양대 기획사 모두 SNS를 매우 중시하는 건 공통적이다. YG 이비즈니스팀 이종원 팀장은 "빅뱅 어라이브 투어의 경우 페이스북으로 수집된 국가별 선호도와 유입도를 적극 반영했다. 앞으로도 SNS 마케팅은 글로벌 홍보에 가장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NS가 수익으로 직결되기도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싸이의 ‘젠틀맨’ 비디오 하나로 4월 19일~26일 1주일간 올린 유튜브 광고 수익 추정치는 8만5000~16만9000달러(8000만 뷰)다. YG는 2013년 1분기 소속 아티스트의 유튜브 총 조회수가 약 7억8500만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소셜 데이터는 이슈에 따른 변동이 크다. 이번 결과도 특정 기간에 한정해 본 것이라 일반화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 대표는 "아직은 '베타' 버전을 활용한 첫 보고서다. 다음주쯤 뉴스 변수도 포함시켜 정식 버전을 오픈하고 월 단위로 보고서를 내 추이를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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