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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버스 춘천호에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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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춘천=이정노·장홍근·양정희·박영신 기자】일요일인 23일 하오6시10분쯤 춘천을 떠나 화천으로 가던 강원운수 소속 강원 영1331호 시외버스(운전사 김명중·28)가 춘성군 사북면 오월리 커브 길에서 「핸들」고장으로 약 50미터 높이의 도로에서 춘천호(물깊이 20미터)로 떨어져 60여명의 승객 중 약 30명이 사망하고 31명이 중경상을 입었는데 사망자 중 시체 14구만을 찾고 나머지는 계속 찾고 있다.
사고를 낸 버스는 이날 하오5시10분 정원 58명보다 더 태우고 춘천을 떠나 화천으로 가던 길에 춘천호를 낀 내리막길을 달리다 「다이로트핀」이 빠지면서 「핸들」이 고장나 약 70도의 가파른 벼랑을 굴러 춘천호에 완전히 잠겨버렸다. 피투성이가 된 채 목숨을 건진 31명은 버스가 바위돌에 부딪치면서 차체가 거의 부서지는 통에 차체 밖으로 퉁겨 나온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모두 차체 속에 갇친 채 익사한 것으로 경찰에서는 보고 있다.
이 버스는 마침 주말휴가와 외출을 마치고 귀대하던 군인 20여명과 춘천에서 시장을 보고 화천쪽으로 가던 상인들을 태우고 위험표지가 총총이 붙은 가파른 길을 달리다 춘천을 떠난 지 약1시간만에 사고를 낸 것이다.
사고 직후 긴급 출동한 군경들은 구조작업에 안간힘을 썼으나 사고지점이 워낙 가파른 경사인데다 차제가 완전히 물 속에 잠겨 보이지 않고 어둠까지 깃들여 24일 상오에야 잠수부를 동원, 물 속에 잠긴 사람 중 단 4구의 시체를 건졌을 뿐이다.
이 차는 45년형 고물차로 폐차 처분 대상이었고 사고를 낸 날도 검차를 하지 않은 채 운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사고현장에는 차가 뒹군 자국을 따라 차체의 부서진 조각들과 중경상자들의 「핸드백」 신발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고 부근 바윗돌은 피로 흥건히 물들어 있었다.
밤을 세워가며 시체인양 작업에 나선 경찰은 춘천「댐」소속 「모터·보트」와 소방차까지 동원하고 「로프」를 타고 내려가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24일 상오까지 겨우 시체 4구만을 인양하고 차체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차가 빠진 자리에는 물 위에 기름이 번져 있다.
현지 경찰은 검차원 박춘식씨(32)를 직무 유기 혐의로 입건하고, 중상을 입은 운전사 김명중씨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한편 중경상자들은 인성의원, 한희철욋과, 도립춘천병원에 분산 가료중이다.
24일 정오까지 밝혀진 사상자는 다음과 같다.

<사망자>
▲민영길(육군병기대대) ▲김보현 병장(l02통신대대) ▲김상명 병장(11병참대대) ▲장상휘 상사(34·육군병기대대) ▲김기옥(50·여) ▲김재식(1·탄성군 사북면 지천리) ▲박학춘(26·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4세쯤의 남아 ▲이종연(육군대위·1108야공단) ▲이동운(병장·13병기중대)

<중상자>
▲엄부길(13병기대대) ▲김재근(13병기대대) ▲문상래(13병기대대) ▲전영수(13병기대대) ▲고삼두(13병기대대) ▲박희재 ▲임창국 ▲최상근(13병기대대) ▲이월래(11병참대대) ▲정희배(11병참대대) ▲허남출(31·화천경찰서 순경) ▲황병의(23·505수송단) ▲정두영(25·7사단 8연대) ▲김정일(27·춘천시 소양로4가) ▲최우환(21·춘천시 금화동) ▲이칠성(5) ▲권오영(32·화천군청 직원) ▲유일중(37·춘천시 금화동) ▲김홍복(26·춘천시 중림동) ▲이병인(37·춘천시 교동) ▲조희정(27·여·지촌국민교 교사) ▲김은순(l8·차장) ▲신원미상의 1세쯤의 여아 ▲장석필(40) ▲김동근(35) ▲김범래(18·조수) ▲김명준(28·운전사) ▲김봉길(30) ▲박연승(28)

<경상자>
▲안성열(37·양양군 양양면 명월리) ▲윤복경(23·여·충주시 안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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