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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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폐를보면 그나라의 이상이며 민족성을 짐작할수있을것도같다. 미국의 지폐에는「워싱턴」「링컨」등 미국민에게는 우상과 같은 대통령들의 얼굴이 들어있다. 예술과 문화의 나라라고 자랑하고 있는「프랑스」도「볼테르」「라신」「코른네유」「몰리에르」등의 문학자들의 얼굴을 내놓고있다.
한편 다른「유럽」의 여러나라들도 장군·정치가들보다는 위인들이 아니면 아름다운자연풍경들, 아름다운여인들의 모습들을 그려놓고 있는것이 보통이다.
여기비해서 우리나라의 지폐에는 거북선·세종대왕·남대문등이 들어있다. 그런것이 우리들의 민족적인상징인이상, 좋다나쁘다는말은 결코할수없는 일이긴하다. 그러나 얼마나 우리가예술에 메마르고 있으며, 예술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희박한가를 보여주고 있는것같이만 느껴진다.
며칠전에「이탈리아」를 여행중에 있는 벗으로부터한 사진엽서를 받았다.「미켈란젤로」가만든 그유명한「다비드」의 손부분을 찍은사진이었는데, 아름다운예술품에서받는강렬한인상은 그 자그마한엽서에서도 마찬가지로. 몹시감동적인것이었다.
그러나. 그러나말이다. 하필이면 그손한가운데정맥이 꿈를거리는 바로그부분에 직무에 만충실한 체신부아저씨께서는 큼직한 소인을 찍어놓았던 것이다. 그처럼 무신경일수가있을까하는 분노가 치밀었다. 역시 우리나라는 3등국가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마저 들정도였다. 아무리 GNP가 늘고속도로가 즐비해도 예술을 아끼는 풍토가 생기기 전에는 항용시골뜨기국가에 지나지 않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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