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횡단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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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인주부>거트루드·L·페라
나는독자들이 나를한국에잠깐체류하는미국인으로 보지말고서울에살면서 새금을내고자가용차가없는 한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주길바란다.
따라서이글은 어떤특정한한국사람들을 비판하는게아니다.
나는「뉴요크」·「산·후안」·「시카고」·암배·동경등대도 시대도시의교통문제에 관한글이나 한국의운전사들에게 동점을금치못하는기사를 동시에 비판적으로 쓸수있다.
그렇다고 내가지금지적하는 것이 근거가적다는뜻이아니다.
보행자란만원「버스」와질주하는「택시」끄덕거리는 「지프],그리고으르렁대는「트럭」속에서 허덕거리는 가련하고조그마한 존재에불과하다.
그는 보호를필요로한다. 만일그가보호를받지못한다면 그의뼈는산산조각이나고전신은 피투성이가 된채내동댕이쳐 질것이다.
서울에 사는많은사람들이 그들자신에대해부주의하고운전사들에 대해무관심한 것은 사실이다. 횡단보도가있는데도 길한가운데로걸어가는사람도있고 세워놓은차뒤에서 뛰어나오는사람도있으며 좁은골목길한가운데로 걸어가면서길을비켜달라고「빵빵」거리는자동차의 요구도못들은체하는 사람들도많다.
그러나법도 지키며운전사들의 심정도이해하는사람들의경우는어떤가?.
그런 사람은 보호를 받고있는가?그렇지않다.
가끔 이런사람들을 어떻게해야할지를모르며 설사 그가어떻게해야하겠다는 결정을내렸어도그는 수많은운전사들의「공격」앞에 부딪치게마련이다. 왜냐하면서울,사실한국은사람보다자동차가 우위에있는나라이기때문이다.
사람들은 차도를힝단하지않는 한절대적이라고는 할수없더라도 그런대로꽤안전함을느낄 것이다. 가끔어떤「오토바이」는 인도로 다니면서 교통혼잡을 피하려고한다.
보행자의 입장에서보면 지하도나 육교로다니면 안전할는지모르지만항상그럴수만은없다.
그렇다면 보행자가당면한문제는어떤것들인가?· 그중한가지는 모든힝단표지가똑같이돼있지않다는 점이다.
어떤곳은흰색으로. 다른곳은노란색으로, 또어떤곳은동판을박아놓고 표지를해놓고있다.
또어떤곳은 전혀표지가돼있지않다. 이런각종표지가각각어떤차이점이있는지는 알도리가없으며머동판은 가끔찾아내기가 아주힘들때가있다.
그래서 나도 경험한바지만어떤보행자들은 있어야할곳에동판이없고 따라서이것을찾아내다못해도로규칙을 어기는수가종종있다.
힝단보도에 신호등도없고 경찰관도없다면 이힝단보도는무의미하다. 운전사들이보행자를위해차를 세워주지않기때문이다.
「우선멈춤」이나「주의」표지가 있는곳에서운전사들은 잠깐속력을줄이는체하다가 곧2단「기어」를넣고쏜살같이지나가버린다. 이때는이미길양쪽에서 보행자들이길을건너기시작했는데도….
그런중에도 나는비교적멈춰주는운전사들을 가끔볼수가있었는데알고보니 내가외국인이라서그럴거라는얘기였다.
그러나 같은민족인한국사람들에겐 똑같은대우를하지않는단말인가?
한국사람도 외국사람과똑갈이살권리가 있지않은가?.
정말 곤란한곳은 신호등이있는횡단보도다.
파란불이켜져있을땐 보행자가안전하게건너갈수있다는뜻이 아니라 안전하게 길을 건너도록노려해 보라는기회를 주는의미밖에없다.
파란불이켜져있더라도 길모퉁이에서자동차가밀어닥쳐들지않으리라는 보장도없을뿐더러 일단 자동차때가닥치기시작하면 보행자는건너갈큼이없게된다.
나는손자가 하나있는데이상태가계속되면 이손자가컸을 때 그에게어떻게가르쳐줘야 할지알수가없다. 횡단보도로건너다니라고 말해봤자 그의안전은보장되지 않을게아닌가?.
아마도 나는내손자에게『이어린이가길을안전하게건너도록해주십시오』라는쪽지를 주어이들근처에있는 교통순경에게보여주도록 해야할것같다.
사실은 내자신도 그런식으로 할수밖에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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