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지기' 2명 입 여는 데 수사력 집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검찰의 CJ그룹 이재현(53) 회장의 비자금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이 회장과 연관된 자금을 굴리는 데 깊숙이 관여한 ‘금고지기’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CJ그룹 차이나대표인 신모(57) 부사장과 성모(48) 재무2팀장(부사장) 등 두 명을 핵심 인물로 지목하고 이들의 입을 여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이 회장의 개인집사 역할을 하다 이 회장 비자금을 세간에 처음 알린 이모(44) 전 재무팀장도 수사 대상이지만 현재 그는 CJ에서 퇴직한 상태다.

 검찰은 특히 신 부사장이 이 회장이 홍콩 등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 부사장이 홍콩에 CJ그룹 산하 특수목적법인(SPC)을 여러 개 설립한 뒤 이곳에 묻어뒀던 비자금을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가장해 국내로 들여와, CJ의 자사주 매매 등을 통해 수익을 남긴 뒤 다시 해외로 반출하는 일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신 부사장은 1994년부터 현재까지 홍콩에서만 20년 가까이 근무했다. 2004~2007년 그룹 재무팀 소속으로 일하며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후 CJ제일제당의 설탕 수출업체인 CJ차이나 대표로 발령 났고 최근까지 홍콩에 머물러 왔다. CJ에서 퇴직한 전직 임원은 “신 부사장은 홍콩에서 팀장으로 있을 때부터 상사를 건너뛰고 이 회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며 “이 회장이 1년에 서너 차례 홍콩을 방문할 때도 직접 수행하며 따라다녔다”고 말했다.

 신 부사장이 비자금을 홍콩 등 해외에서 관리한 국제통이었다면 성 부사장은 서울 장충동의 CJ경영연구소에서 주로 일한 국내통으로 통한다. 성 부사장은 서울 남대문로의 CJ그룹 본사보다 이 회장 집 근처인 장충동의 CJ경영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성 부사장이 이곳에서 이 회장이 차명으로 관리하던 비자금을 관리하며 주식 매매나 부동산 투자, CJ그룹의 상속 전략 등을 짠 것으로 보고 있다. 성 부사장은 CJ그룹이 2009년과 2011년 각각 온미디어와 대한통운을 인수합병(M&A)할 당시에도 그룹 내 자금을 조달하며 실무를 총괄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신 부사장이나 성 부사장은 회사 안에서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들로 통했다”며 “두 사람이 하는 일은 알려고 하지도 묻지도 말라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