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북, 대한민국 국민 모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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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들어 원색적 비난을 한 데 대해 정치권이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북한은 25일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괴뢰 대통령 박근혜가 우리와 대결을 보려는 악랄한 흉심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리명박 역도’ ‘리명박 역적패당’ 등 한국 대통령의 실명을 인용하며 거친 비난을 쏟아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담화는 다소 이례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2011년 12월 사망)을 직접 만난 사람에게는 직접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지 않아 온 불문율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지금까지 정주영(1998년) 전 현대 회장, 김대중(2000년)·노무현(2007년) 전 대통령 등 김 전 위원장과 회담한 정치인을 실명으로 비판하는 일을 자제해 왔다. 2002년 5월 김 전 위원장과 대면한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동안은 ‘청와대 안주인’이나 ‘남조선 집권자’ 등으로 지칭하며 나름의 예우를 갖췄다.

 새누리당은 북한의 발언에 맞대응을 하지 않았다. 민현주 대변인은 27일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립에서 대화로, 모처럼 전환점을 맞은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킬 수 있는 맞대응은 자제해 보자는 판단이다.

 민주당은 오히려 북한을 비난하고 나섰다. 김한길 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모욕하면 대한민국 국민이 모욕감을 느끼는 것을 북 당국자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남과 북이 서로 정상에 대해 최소한의 상호존중 정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배재정 대변인도 “대한민국 대통령을 원색적인 말로 비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논평을 냈다.

 반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박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도 북에 특사를 보내고 러시아도 개입 여지를 타진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은 미국 관계자와 만나 대화 여지를 더욱 좁히는 강경발언을 하고 있다”며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고스란히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북한의 박 대통령 실명 비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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