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결혼한 사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며칠 전 친구들과 어울려 시외 「버스」를 타고 교외로 나간 일이 있었다. 차가 달리는 도중에 갑자기 운전석 부근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물씬 피어올랐다. 승객들은 모두 깜짝 놀라 당황하여 엉거주춤 일어선 채, 소리들을 질렀다.
이윽고 차가 속도를 늦추더니 잠시 후에 멈추었다. 운전사가 대수롭잖은 일이니 안심들 하시라고 말하더니 내연기관의 뚜껑을 열고 한참이나 손을 보았다.
그제야 승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내 뒷자리에 앉았던 K가 간 곳이 없었다. 모두 눈이 휘둥그래져 살피다가 우리는 차 뒷부분의 조그만 비상구가 활짝 열려있는 걸 발견하였다. 뒤 차창 밖을 살펴보았더니 K가 저 만큼서 헐떡거리며 뛰어오고 있잖은가? 『자식- 결혼하더니 영 달라졌는데!』 누군가 껄껄거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일행 중에서 결혼 한 사람은 K뿐이었다.
이윽고 K가 뒤통수를 긁으며 차에 올랐다. 천하태평의 꿈이라 불리우던 K를 그토록 민첩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과연 결혼이란 스스로의 생명에 대한 자각증상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 같았다.
우주비행사를 아내와 자녀를 가진 남성을 선택한다는 이유도 알듯하다.

<서강·27·회사원·서울시성동구성수2가 532 최경화씨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