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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내가 귀국하기 전에 근무했던 IBM회사는 종업원 15만명이 지난 67년에 57억달러를 벌어 우리나라 68년도 예산의 6배와 맞먹는다. IBM회사는 EDPS(전자계산기)의 판매 및 대여 실적이 같은 업종의 70%를 차지하는 방대한 회사로서 「카네이션」이 「밀크」의 대명사가 되고 코카콜라가 「콜라」의 대명사가 되듯 IBM하면 자동적으로 EDPS가 떠오를 만큼 상표가 상품을 대신하게 되었다. 이 회사가 내거는 「캐치프레이즈」는 「생각하라」(THINK). 인간의 사고 능력을 대신해줄 수 있는 EDPS를 만드는 회사의 표어로는 좀 역설적인 느낌마저 든다.
여기서 「생각하라」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식의 철학적인 뜻은 물론 아니다.
그것은 「창조한다」는 뜻에 가깝다. 인간이 생각하는 갈대에 불과하지만 우주도 그를 짓누를 수는 없다는 게「파스칼」의 얘기이고 보면 생각해서 창조하는 인간의 능력이야말로 인간의 역사를 엮어낸 가장 큰 힘일게다. 그러나 생각에는 의지의 힘이 서려 있을 때 비로소 힘을 내게 된다. 연전에 중동 지역에 전운이 감돌 때 이스라엘 학생과 「아랍」 학생들이 미국에서 취한 태도는 생각에 의지가 더해지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이스라엘 학생이나 「아랍」 학생은 일제히 휴학계를 냈다. 이스라엘 학생의 경우는 조국의 운명에 직접 뛰어들어 참전하고자 휴학을 한 반면에 아랍 학생들은 미국안의 좀더 안전한 곳으로 병역 기피를 하고자 휴학이라는 행동을 택했던 것이다.
요즈음 우리 주위에는 「생각하라」는 표어에 반대되는 사건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애인이 배반했다고 엉뚱한 세상 사람에게 수류탄을 던지는 군인이 있는가하면 밤길을 지나가는 아가씨를 겁탈하는 상상 밖의 일들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이 경우 당사자들은 창조를 위한 고차적인 생각은 고사하고 당장 눈앞의 사태를 가려낼 만한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기는 내 생각이 무조건 옳다는 식의 관념적인 생각을 버리지 못 하는 딱한 사람도 적지 않지만 생활 신조를 갖추어 주는 생각들, 창조 활동을 위한 생각들, 긍정적인 면에서 올바르게 「생각하라」를 실천할 길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하라, 그러면 창조할 것이다』이것은 고되고 외로우나마 오늘날의 인간이 걸어나가야 할 마지막 길인 것 같다.【이주용<한국전자계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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