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신부의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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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두 신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담배피우는 일과 기도하는 일을 동시에 할수있는가 라는 문제를가지고 서로 상반된 의견을 고집하고 있었다. 한 신부는『있다』고 주장하였고 다른 신부는 『없다』 고 반박하였다.이 시비를 가릴수가 없어 그들은 교황에게 각각 편지를 써서의견을 물어 결정하기로하였다.·
얼마후 두 신부는 다시 만나 교황으로부터 받은 회답을 비교해보았다. 두사람은 제각기 교황이 자기의 주장을 지지하였다고 말하였다. 두사람은 서로 어안이 벙벙하였다. 마침내한 신부가 물었다.
어떤식으로 질문을 하였소? 다른 신부가 대답하였다. 나는 『기도하는 동안에 담배를 피워도 좋습니까?』 라고 물었는데 교황의 대답은 『물론 안됩니다.기도란 신중하게 해야 하는것이므로 주위를 산만하게 해서는 안됩니다』라는 것이었소. 그런데 당신은 어떤식으로 질문을 하였소? 다른 신부가 대답하였다. 아, 나는 『담배 피우는 동안에 기도를 해도 좋습니까?』 라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교황의 대답이 『물론 좋습니다. 기도는언제 어디서나 해야 하는 것이니까요」하는 것이 아니겠소?
작금에 질문지를 사용하여 의견조사를 하는일이 유행이다.학계는 물론 사회단체와 여러 기관에서 어떤문제에 대한 집약된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조사대상을 표본하고 「앙케트」를 작성하여 조사한다.
그 결과는 대개의 경우 「퍼센트」로 양화되어 표시된다. 한 개인의 주관적이고 직관적인 견해와 해석에 의존하지않고 비교적 많은 사람의 의견을 집약할수 있으며, 또 결과는 간편하고 객관성을지닌수치로 표시되기 때문에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데 질문지에서 사용되는 설문은 앞에 나오는 두 신부의 질문과도 같은것이 허다함을 본다. 조사자의 의도에 맞는 반응이 나올수 있드록 편리하게 물어보는 것이다.의도적으로 설문을 그렇게 꾸민다기보다도 질문하는 방식에 따라서 해답자의 반응과 그 양식이 좌우될 수있다는것을 잘모르고 질문지를 사용하는것 같다. 더우기 그결과는 통계라는 설득력이 강한 수단으로표현되기 때문에 일반은잘못된 조사결과에 영향받기 쉽다.과학적방법이라는 명분에 가려져 있는 비과학적 요법이다.또 그것은 과정에는 관심이없고 결과만을 알면 족하다는성급한 우리의 성향과 영합되어있는 오류이기도 하다.우리주변에서 흔히 보는 조사 결과를 대할때 결과만을 받아 들일것이 아니라그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원식<서울대사대교수·교육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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