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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마케팅] 1%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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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신세계 백화점 해외명품팀의 김우열 수석부장은 요즘 이 회사에서 발행하는 VIP용 멤버십 월간지인 '퍼스트 레이디'만 생각하면 흐뭇하다.

지난 2001년 3월부터 신세계 카드 고객 가운데 상위 1% 고객(1만5천명)에게 배송되는 이 잡지의 '위력'이 최근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잡지를 발행하기 전(2001년 2월)에는 상위 1% 고객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였지만 2001년 12월 15.7%,지난해 12월에는 17.2%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상위 1% 고객 한 사람이 백화점을 찾는 빈도(내점 횟수)도 잡지 발행 전에는 월 2.3회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3.6회로 부쩍 늘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명품의 경우 퍼스트 레이디로 얻게 되는 부가효과는 월 8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VIP를 대상으로 한 잡지 마케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통.호텔.자동차.금융업체를 중심으로 구매고객이나 VIP 고객에게만 발송하는 '회원제 고품격 잡지(Membership Luxury Magazine)'를 발행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회원제 고품격 잡지란 고소득층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배포하는 잡지로 최고급 명품,고품격 생활 등에 관한 정보나 광고를 담고 있다.

이 잡지는 기업이 홍보 차원에서 회사 경영이나 자사 상품만 알리던 '사외보'와 구별되며, VIP 고객을 간접적인 방법으로 보다 세련되게 공략하는 마케팅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자사 상품이나 행사를 직접적으로 알리기 보다는 다른 회사의 상품 정보나 문화.레저 등 고소득층이 관심 있는 내용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홍보 효과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인기 끄는 VIP 잡지 마케팅=호텔신라는 2000년 7월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사이트를 열면서 기존에 있던 소식지 'THE SHILLA'를 상류층을 타깃으로 한 잡지 '노블리안'으로 개편했다.

이 잡지는 호텔 신라의 VIP 회원과 노블리안 사이트 유료 회원에게 우편으로 발송되는 잡지로 발행부수는 약 5만부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를 고객으로 하는 일반 잡지와 달리 노블리안은 구매력이 높고 고품격 문화 생활을 추구하는 고소득자와 각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가 고객"이라면서 "최상류층 독자들의 관심사인 패션.뷰티.인테리어.문화.요리.레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턴컨티넨탈호텔은 2000년 12월부터 잡지 전문업체에 외주를 줘 발행한 잡지를 1만5천여명의 멤버십 회원들에게 발송하고 있다. 외주업체는 이 잡지에 광고를 하려는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받아 제작비로 충당한다.

이 호텔의 한태숙 부장은 "인터컨티넨탈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은 서울 강남에 거주하거나 강남에서 사업을 하는 계층"이라면서"이들을 대상으로 타깃 마케팅을 하려는 기업들이 광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원하는 고객, 즉 실수요자에게 광고가 노출되므로 정확한 타깃마케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멤버십 잡지에 관심을 갖는다는 얘기다.

롯데호텔은 면세점을 이용한 VIP 5천여명에게 마스터피스라는 잡지를 보내주고 있다. 하얏트 호텔(제이제이).워커힐 호텔(마제스테) 등도 VIP용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1999년 5월부터 '에쿠스 매거진'을 에쿠스 구매 고객(3만5천여명)에게 발송하고 있으며 BMW 코리아도 BMW 구매 고객과 잠재 고객 7만여명에게 분기마다 'BMW 매거진'을 보낸다.

BMW의 김영은 이사는 "잡지를 통해 고객과 지속적으로 접촉할 수 있고,고객은 BMW 매거진에 담긴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받음으로써 BMW를 신뢰하게 된다"며 "이는 향후 BMW 차량 구매 등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은행들도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VIP 고객에게 제공할 고품격 잡지를 발행하거나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왜 VIP인가=고소득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고소득층의 구매력은 경기 변동에도 변화가 크지 않다는 것이 VIP 마케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1년 종합소득이 1억원을 넘었다고 신고한 납세자가 3만9천7백명으로 전체 납세대상 인원 1백66만9천1백82명 중 2.4%를 차지했다. 이는 2000년의 3만92명에 비해 31.9% 늘어난 것이다.

또한 고소득층은 브랜드의 충성도가 높아 한번 고객으로 끌어들이면 이탈률이 낮으며, 가격에 민감하지 않아 고객의 니즈만 충족시키면 높은 부가가치를 남기고 판매할 수 있다고 한다.

호텔업체 관계자는 "고소득자의 소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하이클래스 마케팅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며 "이는 소득.소비의 양극화 결과로 나타나는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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