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 고수익, 초소형 임대 부동산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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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직장에서 은퇴한 곽모(57)씨는 원룸을 지으려고 사뒀던 서울 휘경동의 단독주택을 외국인 관광객 대상 게스트하우스로 바꿨다. 주변에 오피스텔·원룸이 크게 늘면서 원룸의 수익성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곽씨는 방 7개, 침대 20개를 갖춘 게스트하우스 리모델링비로 7억2000만원을 투자했다. 현재 한 달 평균 1200만원의 임대료를 받는다. 대출이자 등을 빼고도 연 10%가 넘는 수익률이다. 곽씨는 “해외 관광객이 끊이지 않아 수익률이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은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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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틈새형 임대 부동산’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임대형 상품인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이 넘쳐나면서 수익률이 떨어진 영향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저금리로 비용부담이 줄었지만 투자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다 보니 조금이라도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고객은 외국관광객, 1인 창업자

 틈새형 임대부동산의 주 고객은 외국인 관광객과 1인 기업 창업자다. 특히 게스트하우스가 외국인 관광객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00여만 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2015년 1380여만 명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서울에 한 해 3600여 실의 객실이 공급돼도 2017년엔 3만여 실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한다.

 게스트하우스는 방마다 1~8개의 침대를 갖추고 방이 아닌 침대를 기준으로 숙박료를 받는 외국인 대상 민박이다. 건축면적 165㎡ 주택의 경우 방 7개에 20개의 침대를 들일 수 있다. 숙박료는 침대당 3만~5만원 정도다. 서울 도심에서의 수익률은 평균 연 10%를 넘어선다. 주택을 사지 않고 빌려서 운영하면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수익률을 5~10%포인트 정도 더 높일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숙박업이 아닌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분류된다. 관련 규제가 까다롭지 않아 사업하기 수월하다. 단독·연립주택, 다세대·다가구 등 대부분의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운영할 수 있다. 임대수익형 부동산 전문업체인 코쿤하우스 고종옥 대표는 “여행사를 통한 여행상품보다 특히 자유롭게 여행하는 배낭여행족이 늘어나면서 민박처럼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혼자 잘 수 있는 1.7㎡ 넓이의 캡슐 모양 침대가 있는 캡슐호텔은 숙박료를 아끼려는 관광객과 짧은 휴식이 필요한 직장인이 주 고객이다. 침대 외에 사우나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면 된다. 임대료는 3시간에 5000~7000원이며 1일 2만원 선이다. 330㎡에 60개의 침대를 들일 수 있고, 월 수익은 1500만원(공실률 25% 가정) 정도다. 임차할 경우 3억~4억원, 매입할 경우 13억~15억원으로 연 10%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휴게시설로 찜질방에 수면 기능을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실 위험 높아 리스크도 커

 6~9㎡의 초소형 원룸인 셰어하우스도 외국인 덕을 보고 있다. 공동 주방이 있어 직접 요리를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장기간 머무르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노동자들이 주로 찾는다. 서울 도심에서 월 임대료가 45만원 정도다. 330㎡에 35실을 갖추면 연 8%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

 초소형 오피스인 스마트워크센터는 1인 창업자가 주 고객이다. 경기 불황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 본격화로 창업 인구가 증가하는 흐름을 타고 있다. 10~12㎡ 크기의 초소형 개별 사무실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무기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임대료 외에 집기 등을 갖추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소자본으로 창업하는 1인 기업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근린생활시설이나 업무시설을 매입하거나 임대해서 운영할 수 있다. 330㎡에 30실 정도 들일 수 있고 월 임대료는 실당 50만원 선이다.

틈새상품의 단점은 기대수익률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것이다. 수요층이 한정돼 있어 공실 위험이 크고, 투자수요가 많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진다. 남의 집을 빌려 운영할 경우 계약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면 리모델링과 인테리어에 들인 비용을 날릴 수 있다.

지하철·버스 이용 편리한 곳에 투자해야

마케팅에도 품을 들여야 한다. 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을 위한 홈페이지 운영이 필수다. 대부분 본국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숙박 예약을 하고 여행을 오기 때문이다. 셰어하우스는 보증금이 거의 없어 자칫 월세를 떼일 위험이 있다. 오피스텔 등보다 세입자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공실 위험이 큰 편이다. 교통여건과 지역 특성도 잘 살펴야 한다. 여행객이나 근로자가 주 고객이라 지하철이나 버스 이용이 편리해야 한다. 게스트하우스나 셰어하우스는 고궁이나 인사동거리 등 한국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강북권이 유리하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 홍석민 실장은 “수익률은 높지만 아직 시장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보다 신중하고 꼼꼼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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