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 성대모사 경쟁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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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원칙과, 소신을 강조하시는 박명수 후보께서 음반을 왜 내셨습니까?"

정치인 성대모사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배칠수(31.본명 이형민.사진)씨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흉내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8일부터 MBC '코미디하우스'(토요일 오후 5시10분)에서 개그맨 박명수.김학도씨와 함께 '삼자토론' 코너를 이끌어 가는 것. 박씨와 김씨는 각각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로 변신한다.

지난 5일 오후 MBC에서 열린 첫 녹화현장. 이마에 긴 주름 하나를 그려 넣은 배씨는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사투리가 섞여 있어 그렇지 당선자의 목소리는 미성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저음이 수시로 섞이고요. 제 음색이 당선자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흉내내는 데 불편한 걸 모르겠어요."

KBS '개그콘서트'에서 당선자 흉내로 화제를 뿌리고 있는 '노통장'김상태씨 얘기를 꺼냈더니 조심스럽게 "솔직히 제가 원조예요"라고 말한다. 이미 지난해 초부터 SBS 라디오 '김학도 배칠수의 와와쇼'에서 노무현.이회창.정몽준 후보를 다 흉내낸 바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 판세가 복잡해 지면서 성대모사를 중단했고 이후 TV에 나올 기회를 놓쳐 버렸다는 설명이다.

"김상태씨와는 잘 아는 사이예요. 어차피 선의의 경쟁을 할 테니 원조 논쟁을 강조하지는 마세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김상태씨는 "맞습니다, 맞고요"등 반복되는 어투로 노당선자의 특징을 살리고 있다. 배씨는 어떤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을까.

배씨에 따르면 "가급적이면""야박하게""그러지 마십시오""제가 해내겠습니다" "뭐라 그러죠, 뭐라고 그럽니까" 등이 그가 주로 쓸 표현들이다.

"하지만 말투 하나를 잡기보다는 음색 그대로를 흉내내는 데 더 신경쓸 겁니다. 또 잘 들어보면 당선자의 목소리 톤이 점점 저음이 되고 있어요. 마음이 안정되고 있다는 증거죠. 이런 특징도 최대한 살릴 겁니다."

DJ에 이어 노무현 당선자까지, 현직 대통령을 연이어 흉내내게 된 배씨. 하지만 부담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 압력? 그런 건 신경 안 쓴다는 그다.

"어차피 개그 아닙니까? 제 개그로 사람들이 대통령을 더 가깝게 느끼고 복잡한 세상 한바탕 웃어넘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히트목록 하나=지난해 초 욕설이 섞인 '엽기 DJ'버전으로 폭발적 반응을 이끌었던 그는 정몽준 대표의 화법을 빗댄 허무개그의 원조로도 꼽힌다. 그 한 예.

▶노:제가 대통령이 되면 행정수도를 대전으로 옮기겠습니다. 정 대표님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이사는 포장이사가 간편하고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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