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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을 창조경제 성장엔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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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논산 육군항공학교에서 육군 항공 조종사 재킷을 입고 수리 온 헬기에 시승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969년 7월 25일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괌에서 신(新)외교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베트남전쟁을 치르고 있던 미국은 앞으로 다른 나라에 직접적 군사 개입은 피할 것이고, 아시아 각국은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이른바 ‘닉슨 독트린(Nixon Doctrine)’이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이 우선 감축대상에 포함됐다. 불과 1년6개월 전인 68년 1월 21일, 북한군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하려던 ‘김신조 사건’까지 벌어진 터에 부닥친 안보 현실이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선택한 길은 ‘자주국방’이었다. 박 대통령은 닉슨 독트린이 나온 지 1년 뒤인 70년 8월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만들었다. 자주국방을 위한 방위산업 육성의 전진기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아버지가 43년 전에 만든 ADD를 취임 후 처음으로 찾았다. 아버지가 세운 자주국방과 방위산업 발전이란 설립 목표에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라는 과제를 접목시켰다. 박 대통령은 대전에 있는 ADD를 찾은 자리에서 “현대 경제의 핵심이 되고 있는 인터넷이라든가 내비게이션 같은 기술들이 군사기술에서 시작된 것처럼 국방과학기술의 경제적 파급력이 점점 커지는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ADD의 책무와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ADD를 불시에 찾아 연구진을 격려하고, 자녀학자금 등을 보태줬던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ADD에 대한 애착과 신뢰가 담겨 있는 발언이었다.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은 “ADD 방문은 자주국방 역량의 강화는 물론 ADD를 세계적 국방과학기술 연구기관으로 육성해 창조경제의 성장엔진으로 활용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ADD를 방문한 뒤 충남 논산 육군항공학교에서 열린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1)’ 전력화 기념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이 군의 전력화 기념식에 참석한 건 8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K-1 전차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처음이다. 육군은 이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수리온 10대를 실전배치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국가가 됐으며, 우리 군은 상륙기동헬기 수리온과 공격헬기 아파치를 운용하게 됐다. 두 헬기는 각각 유사시 병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수송하고 북한의 탱크를 제압하는 보급·공격의 역할을 맡는다.

 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과학기술에 의해 승패가 갈리는 현대전에선 첨단 방위산업을 갖춘 국가만이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다”며 “수리온의 전력화는 우리 국방과학기술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입증한 쾌거이고, 앞으로 우리 군의 항공전력 강화와 방위산업 수출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수리온 개발과 생산을 통해 약 12조원의 산업파급 효과와 5만여 명의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 우리 방위산업이 민간의 창의력과 결합해 창조경제의 꽃을 피우는 핵심 동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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