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던진 「극우」진출|「야당부재」틈타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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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찌스」의 부활이라고 경계를 받아온 서독의 극우파정당인 국가민주당(NPD·당수= 「아돌프·폰·타덴」)이 28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의회선거에서 12석을 차지하여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기민·사민 양대당에 중대한 타격을 가했다.
비록 지방선거라고는 하지만 이번 선거가 69연도의 총선거를 점칠 수 있고 『독일인을 위한 독일의 건설』이란 극우적 노선을 추구하는 국민당의 「급진」이란 점에서 국제적으로도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서독의 일부 신문은 『국민당의 진출은 부활제때의 좌익계 학생들의 폭동 때문』이라고들 보도하고 있으나 좀더 깊은 곳에 문젯점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2차 대전 중 「히틀러」의 「나찌」독일로부터 피해를 입었던 영국과 「프랑스」의 신문들은 『「바」주에서는 서독에서도 가장 극우정당이 진출했다』고 대서특필하고 『나찌즘의 부활』을 경고하였다.
「바덴·뷔르템베르크」는 5백60만의 유권자를 가진 서독 제3의주이다.
「바」주의 선거에 있어서 NPD의 진출이 전혀 예상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예상을 상회하여 12석의 의석(9.8%의 득표율)을 차지한 것은 누구보다도 「본」정부에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많은 정계 「업저버」들은 「바」주의 선거에서 NPD가 기껏해야 8%내외의 득표율에 10석정도나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보았기 때문에 충격은 한층 더 했다.
이번 선거결과로 NPD는 5%의 제한조항(서독의 선거법은 5%의 득표미달인 정당은 의석을 차지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에도 불구하고 69년에 「국회에 통로」를 보증 받은 셈이 되었다.
64년에 결성된 NPD는 66년11윌의 「헤센」주 선거에서 득표율 7.9%를 보인 것을 출발점으로 67년10월 「브레멘」주 선거에서 8.8%의 득표율을 보이는등 줄곧 세력신장의 과정을밟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NPD는 서독 11개 주중 7개 주에서 의석을 갖는 정당이 된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현재 서독 각주의회의 총의 석수 1천35석 중에서 NPD는 불과 22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민당(4백79석) 사민당(4백50석) 자민당(84석)에 비교하면 아주 열세이지만 서독의 현 정치정세로 보아 NPD의 금후 진출은 심상치 않은 현상을 초래하리라고 전망된다. 그와 같은 전망의 근거로서는 다음의 몇 가지 현상을 들 수 있다.
첫째는 보수(기민당) 혁신(사민당)의 대 연립정부가 구성된 이래 국민대중사이에 싹트기 시작한 여당만의 국회, 즉「야당부재」에 대한 정치감각이다.
「대연립」이후 사민당은 외교·내정에서 많은 공적을 쌓았다하더라도 사민당이 갖고있던 종래의 야당적 성격이 변질, 특히 노조와의 사이에 불화가 생겨 새로운「야당」을 원하게되었다.
둘째는 좌익학생 「데모」에의 반동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지난 부활절때의 좌익계학생들의 난폭했던 「데모」는 「공산주의의 위협」을 유권자들에게 불러일으켰다.
세째는 번영의 그늘에서 퇴색해가고 있는 정신적 지주를 「독일 민족주의」의 기치 밑에서 찾아보려는 움직임이다.
국력 면에서 조금도 뒤지지 않는 독일이 국제정치무대에서 불우한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에 이 같은 부르짖음은 쉽사리 독일국민의 강력한 호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어떻든 서독의 현 정치정세는 좌익계 학생의「데모」에 이은 우익정당의 급격한 진출 등으로 이 나라의 정국을 한동안 파란 속으로 몰고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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