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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법의 개정기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9일경제각의는 산은법개정안을 의결함으로써 이나라 금융체계가 내포한 모순을 한층 심화시키지않을까하는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있다. 한국은행·일반은행 그리고 경제인연합회까지가 맹렬히 반대한바 있는 산은법의 개정작업은 여론을 도외시한채 행정부의 소신대로 일방적으로 개정케 되는 셈이다.
원래 산은법의 개정기도에 대해서는 당초 집권당인 공화당에서도 반대의견이 지배적이었던 사실을 상기한다면, 그러한 반대를 무릅쓴 법개정작업이란 처음부터 사리에맞지않는것임을 충분히 짐작할수있다. 그런데도 이법개정작업이 강행된것은 이나라의 차관정책이 내포하고있는 본질적 모순앞에서는 그저사리만을 따지고 있을수도 없게된것이라 평할수밖에 없을듯하다.
그 동안 산은은 누적되는 차관지불 보증과 그에 따른 대불누적으로 허덕이고 있었다. 산은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대불액은 고작 10억원미만이나, 운전자금 대출, 국내지보에 의한 일반은행자금으로의 유용등으로 분식한것까지를 합친 대불실적은 그보다 엄청나게 클것이라는 것이경제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인즉 산은은 그동안 국영기업이나 정부관리기업체의 예금을 강제로 이관시키도록 함으로써 대불에 따른 현금 고갈현상을 메워왔던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산은은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계속 현금고갈현상을 메워나가기 어렵게되자 급기야 현금차관 2천만불을 산은자체에서 사용토록 만들었던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앞으로 야기될 대불수요를 메워나갈수 없다고 보아 이번 산은법개정작업이 서둘러지게된 것이 이번 법개정의 진정한 이유로 판단되는것이다.
도대체 산은이 단기성 예금을 받아, 단기신용을 공여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지만 오늘의 산은점포망으르보아 일반예금을 얼마나 흡수시킬 수 있겠는가도 의문이다.
오히려 사실은 산은법을 개정하여 일반은행업무를 경영토록 미화시키는 대신, 산은으로 하여금 중앙은행의 재할이나 차입을 받을수 있게하자는데 그 저의가 있는것으로 간단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산은법을 개정하여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의존할 수 있는 길을 터 놓으면 장차 산. 은의 대불처리는 훨씬 수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은이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의존하면 할수록 일반은행자금은 포화량규제라는 벽에 부딪쳐서 더욱 동결되지 않을 수 없게 될것도 자명하나 이렇게되면 일반은행은 사실상 위축되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일반은행업무가 산은의 발권력에 대한 의존때문에 위축된다면 필연적으로 기존자본의 가동에 필요한 운전육본공급은 큰 타격을 받을 것도 또한 분명하다. 그것은 산은이 발권력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있는 오늘날에도 지나친 외자도입으로 파생된 해외부문통화증발 때문에 일반은행자금의 동결을 불가피하게 하고있는 현실하에서 그 산은조차를 발권력에 의존토록, 산은법을 개정하고자 하는 것은 건전한 금융체제나 금융질서를 바라보는 입양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 하지않을수없다.
오늘날산은이 직면하고있는 근본적인「딜레머」는 불건실한 차관사업에 연유하는 것이므로 차관정책의 모순을 금융체제의 교란이란 새로운 모순으로 대체시킨다는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 아닐수없다. 따라서 산은이 중앙은행의발권력에 의존토록하는 산은법개정기도는 단연코 저지되어야할것으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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