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정상 '우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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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상 최고의 이적료(6천 5백만달러. 약 8백 19억)를 기록하면서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예술 축구’의 선봉장 지네딘 지단이 팀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으며 창단 100주년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했다.

‘스타군단’ 레알 마드리드는 16일(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2001-2002시즌 유럽프로축구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스트라이커 라울 곤잘레스의 선취 골과 전반 종료 직전에 터진 지단의 추가 골에 힘입어 바이엘 레버쿠젠(독일)에 2-1로 승리했다.

‘최강의 미드필더’ 피구와 지단이 출격한 마드리드는 경기 시작 후부터 미드필더를 장악하면서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첫 골도 9분만에 나와 상큼한 출발을 보였다.

마드리드는 전반 9분 중앙선 부근에서 호베르투 카를로스의 롱 스로인을 받은 라울이 페널티지역 왼쪽을 쏜살같이 파고들어 왼발로 가볍게 상대 골 문으로 차 넣어 네트를 흔들었다.

하지만 마드리드는 14분 레버쿠젠의 루시우에게 헤딩골을 내줘 주춤했으나 전반 45분 이날의 히어로 지단이 카를로스의 패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승부를 결정지었다.

마드리드는 이로써 지난 55년부터 시작된 유럽최고의 클럽대항전인 이 대회에서 통산 9회나 우승컵을 차지하며 최다 우승 기록을 하나 더 늘렸다. 또 창단 100주년이 되는 해에 무관의 제왕으로 전락할 위기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스타군단’의 체면도 유지했다.

지단의 날이었다. 지단은 팀 동료 루이스 피구가 상대 수비에 막히자 왼쪽과 중앙을 활발히 오가며 공격수들에게 연결 교두보를 마련했다.

더구나 전반 45분 카를로스의 패스를 그림 같은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시켜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 공격형 미드필더 이외에도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쏘는 ‘컬러’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레버쿠젠은 동점을 만들기 위해 총 공세로 마드리드를 위협했지만 결정적인 슈팅이 여러 차례 골 대를 외면했고 후반 교체 투입된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선방에 막혀 첫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더구나 분데스리가에 이어 독일 FA컵에서도 준우승에 그쳐 ‘준우승 전문팀’으로 낙인 찍힌 레버쿠젠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승 문턱에서 또다시 좌절돼 ‘네버쿠젠(Neverkusen)’이라는 오명까지 하나 더 얻게 됐다.

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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