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는 축제 확산 … 주점 없애고 다양한 학술·문화 행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21일부터 축제가 시작된 단국대와 지난 16일 축제를 마감한 백석대가 건전한 대학 문화 정착을 위해 술 없는 축제를 진행해 귀감이 되고 있다. [사진 단국대]

최근 대학가에도 음주문화 개선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천안지역 대학들이 건전한 대학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단국대학교(총장 장호성)와 백석대학교(총장 최갑종)가 축제 기간 동안 대학 내 금주를 선언하고 술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

 21일부터 4일간 대학 축제를 진행하는 단국대 천안캠퍼스는 축제 기간 중 캠퍼스 내 음주를 전면 금지했다. 대학과 학생회측은 매년 축제마다 캠퍼스 전역에 설치하던 주점을 모두 없애는데 합의하고 다양한 학술,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과 소통하고 재학생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의미 있는 축제를 만들어가기로 합의했다.

 박승환 단국대 학생지원처장은 ‘술 없는 축제’를 위해 지난 겨울방학부터 대학과 학생회가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단과대학 및 각 학과별 학생회와도 폭넓게 대화를 거듭하며 술 없는 축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학내 음주문화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술 없이도 재미있는 축제를 ‘한번 시도해 보자’라는 인식이 확산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단국대는 이번 결정에 따라 주점 없이도 흥겹고 즐거운 축제를 만들기 위해 보다 풍성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대운동장에 초청공연, 응원대제전, 가요제 등이 펼쳐지는 중앙무대를 설치하고, 맞은편에는 에어매트를 활용한 각종 놀이기구를 설치했다. ‘문화의 거리’에서는 각종 전시와 문화행사, 초상화그리기, 벼룩시장, 이웃돕기 바자회 등이 열리고 ‘체험의 거리’는 외국어대학 및 유학생들이 준비하는 세계 각국의 먹거리 시식마당을 비롯해 4D영화관, 전통 떡 만들기, 각종 게임 등 각 전공별 특성을 활용해 체험하며 즐기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또 소규모 공연을 위해 설치되는 상설무대에서는 음악·국악·마술·태권도시범 등의 공연이 이어진다.

 특히 지난해까지 주점 일색으로 축제를 준비하던 대다수의 학과와 동아리들 역시 주점을 대신할 프로그램을 찾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단국대는 학과 및 동아리의 축제 운영경비를 지원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호응도에 따른 우수단체 포상도 계획하고 있어 대학과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뜻 깊은 축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번 축제는 단순히 즐기는 축제를 넘어서 대학생들의 최대 관심사인 취업과 진로에 대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단국대 링크사업단 주관으로 취업 및 채용정보를 제공하는 ‘취업박람회’와 주요 기업체 인사들의 초청특강, 산업체 견학 프로그램이 축제 기간 내내 진행된다. 이밖에 봉사와 도전의 아이콘으로 일컬어지는 가수 ‘션’과 ‘한비야’ UN자문위원을 초청해 특강을 열고 대학생들에게 인생의 가치와 진로 설정에 대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오승근 학생지원팀장은 “이번 축제 기간에는 지난해 첫 시행으로 많은 호응을 얻었던 ‘사제동행’ 프로그램도 시행한다”며 “장호성 총장을 비롯한 교수 160명과 학생 3200명이 참여하는 이번 사제동행은 교수 1명과 학생 20명이 한 조를 이뤄 등산, 공연관람 등 각자 준비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함께 축제를 즐기며 소통과 교감의 시간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봉제헌(화학과 4) 단국대 총학생회장은 “그동안 ‘축제의 흥을 돋아주는 음주’가 아니라 ‘음주를 위한 축제’가 될 정도로 대학 축제에서 주점의 편중도가 높았던 것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술 없는 축제를 준비하며 대학 문화의 꽃으로 여겨지는 축제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구성원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4일부터 16일까지 축제를 진행한 백석대 역시 천안시알코올상담센터와 함께 무알콜 축제를 진행했다. 백석대에 따르면 이번 무알콜 축제를 통해 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게 하고 음주 거절 방법과 올바른 음주 가치관을 제사함으로써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시기기 위해 학생회와 협의를 거쳐 축제를 기획하게 됐다. 특히 천안시알코올상담센터에서는 축제 기간 동안 별도의 부스를 마련해 학생들에게 술 없이도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예방 및 홍보활동을 진행했다. 또 총학생회에서는 술이 없어 아쉬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무알콜 칵테일을 만들어 축제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제공했으며 칵테일을 제공하고 자율적으로 모금된 성금은 장학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학교에 전달했다.

최진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