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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쟁과 평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린든·B·존슨」미국대통령은 지난 31일 밤, 전국「라디오」TV방송망을 통해 월남에서의 축전과 그자신의 대통령 출마포기에 관해 중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월남의 비무장지대 바로 북쪽을 제외한 공산월맹전역에 대해 폭격과 포격을 중지하도록 이미 지시했다고 밝힌 그는 대통령으로서의 귀무수행이 분열된 국논이나 당논에 의해 저해받을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출마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제네바」회의의 공동 의장국인 영·소에 대해 그가 발표한 일방적인 축전행동이 평화를위해 호혜적인 방향으로 진전될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또한 공산월맹이 호양적인 축전조치를 취하는 즉시, 전면적배폭 중지가 실천에 욺겨질 것이며 평화회담개시에 대비하여「애버럴·해리먼」순회대사를 언제 어느 곳에든지 파견하겠다고 덧붙였다.
비록 단폭기간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일방적으로 축전조치를 미리 선포하면서까지 월남평화를 달성하겠다고 나선, 그의 새로운 월남전략과, 또 그자신의 이러한 결심을 뒷받침하듯 출마포기까지를 결정적으로 선언하고 나선 이번 방송은 어느 모르나 놀랍고 중대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우기「존슨」대통령의 협상호소는 보기에 따라서는 미국이 종래 견지하고 있던「샌안토니오」만식에 의한 월남전해결안을 사실상 포기하는것 같은 인상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발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미국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월남전선에 투입하고있는 한국으로서는 문제의 중대성을 피부로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 듯 하다. 그것은「존슨」의 이번 결단이 몇가지 문젯점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그가 취한 축전조치가 월남전쟁을 둘러싼 전·정략면에서 새롭고 결정적인 주도권을 되잡기위한 것이었느냐 아니었느냐 하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교량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된다 할 것이다.

<전환의 의미>
그런데 만약에 그의 단폭실천이 순수하게「제네바」회의 공동의장국의 선의의 노력에만 기대한 사실상의「샌안토니오」방식포기라 한다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반면에 그렇지 않고「샌안토니오」방식에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이거나 또는「하노이」의 반응을 미리 측정한 뒤에 하는 시험적인 것이었다 한다면 의미는 좀더 다른 것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전자와 후자의 문격은 어떻게 보면 양극의 거리를 가진 것이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전자는 평화의 이름아래 되는 태평양자유세력의 후퇴를 의미 할 것이요, 후자는 아무리 평화의 이름아래에서라 한다해도 명예롭지 못한 후퇴는 있을 수 없다는 의지천명의 의미가 있다할 것이다.
물론「존슨」대통령은 협상을 통해 평화가 초래되지 않는다면 연합국들의 결의는 확고부동하다는 것을 명백히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월남전에 관한 그의 발언은 첫째로 출마포기선언과 겹쳤다는 점에서, 그리고 둘째로는 65년초 배폭이 개시된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유연성을 띤 성명이라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만한 발언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고「존슨」행정부의 월남전략이 근본적으로 수정되어「아시아」경세전개에 있어서 한 역사적인 전환점이 찍혔다고 단정할만한 근거는 없다. 그러나 공산측이 이「존슨」결단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오늘 이시점은 중대한 전환점의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의「존슨」결단은 그 장내적인 성격이 전혀 공산측 태도여하에 달리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평화의 전제>
그것은 비단 이번 경우에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월남에서의 평화 회복은 언제나 공산측이 협상의「테이블」로 접근해 오지않거나 또는 그 접근해오는 태도가 기만적인것이었기때문에 그 실현이 어려웠던것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존슨」대통령은 기만적인 해결책은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점을 일부러 못박아 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여기서 강조하고자하는 점도 바로 그 점이다. 단폭이 새로운 침략의 준비 기간적인 성격으로 화하거나 혹은 승리의 환상을 정당화시켜 주는 것으로 된다면 그 다음에 그들에게 가해질 것은 오직 철저한 응징밖에 없다. 「존슨」대통령의 결단은 참으로 용기에 찬 것이었지만, 우리는 그것이 단순하게 협상만을 위한 전혀 일방적인 조치였다고 보질 않는다.
또 그럴수도 없다. 증언할 것도 없이 월남전쟁의 향배는 전「아시아」의 안전 및 전태평양세력의 진료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그래서 월남전을 우리는「아시아」정세전개에 있어서의 하나의 분수령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다. 평화의 이름아래 침략이 묵인되거나 연합국의 의지에 틈이 난다는 것은 있을수도 없는 일이려니와, 그것은 너무도 크고 많은 화를 장래에 있어서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월남에서 공산주의자들이 행한 이른바 민족해방 전쟁방식의 침략을 만의일이라도 용허하게 된다면 그것은 중대한 선례가 될 것이고「아시아」는 마침내 공산침략자들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날이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월남에서의 평화회복은「존슨」발언이 가리키듯 공산측이 진정하게 호혜적인 대응을 행동으로 표시할때 비로소 가능 한 것이다. 또한 그것만이 평화의 전제가 될 것이요, 이번의「존슨」결단이나「마닐라」선언등을 구체화 시키는 실천적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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