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만을 위한 국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 사무실을 집단 입주케하기 위해 서울시내 세운 「아파트」에 1억원을 주고 3년간 임대계약을 했다. 이 임대료 이외에도 1백75개의 사무실을 꾸미기 위해서는 전화가설이나 비품비, 그리고 관리비등 8천만원 모두 1억8천만원이 소요되는데, 이중 1억5천만원은 이미 금년도 예산에 들어있고, 모자라는 3천만원은 앞으로 추경예산안에 올릴 예정이라 한다.
대민접촉이 잦은 국회의원이 개인사무실은 차려놓아야 할 필요는 절실한 것이고, 또 지금까지 대다수의 국회의원은 자비로 그런 사무실을 차려놓고 있었다. 그렇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2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염출해가지고 호화스러운 사무실을 도심지의 「아파트」에 집단적으로 차려놓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요, 따라서 국민의 큰 관심사가 되지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선진국의 예를보면 국회의원사무실은 국회 부속건물 안에 마련되어 있어 국회의원이 입법조사 활동을 하고 대민접촉 사무를 보면서도 국회운영에 조금도 지장을 주지않도록 세밀하게 배려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예를 본받아 앞으로 여의도에다 국회의원 사당을 세우는데 국회의원 개인사무실도 아울러 설치해 주기로 예정되어 있다. 이처럼 국회의원 개인사무실을 앞으로 신축될 국회의사당에 설치키로 되어있는데 이를 앞당겨서 지금 당장에 국비를 털어 「아파트」를 임대하여 마련해 줄 필요가 있는가 근본적으로 의문이다.
나라살림 형편이 가난하고 현 시국이 엄중하다는 것은 국회의원 자신들이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국회의원들이 자비로 설치 운영하던 개인사무실은 걷어치우고 2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국비를 써가면서 고가한 「아파트」에다가 호화스러운 사무실을 차려놓겠다는 것은 국리민복을 완전히 도외시하고,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증좌로 밖에 볼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 국회가 변질 타락을 거듭한 나머지 국회의원의 특권을 옹호키위한 존재로 화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 수감중에 있는 일개 국회의원의 석방결의를 하기위해 4월1일 단 하루만의 임시국회를 소집키로 되어있는 것만으로 알 수 있다. 국회의원이 동료의원의 석방을 위해 국회의원으로서의 특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 못마땅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시급한 처리를 요하는 안건이 산적되어 있는데 그 모든 것을 다 제쳐놓고 그 안건만을 처리하기 위해서 임시국회를 연다는 것은 국민적 입장에서 찬성키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국회의원이 수감중인 동료의원을 끌어내기 위해서 국회를 소집한다는 것은 국민에게 직접 손해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히 시비를 걸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개인사무실을 마련키위해 국민혈세중 2억원이란 돈을 쓰겠다는데 대해서는 납세자로서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국회의원들의 집단적인 「에고이즘」의 실현무대로 화해버린 국회란 국민대중에게 『있어도 없어도 무방한 존재』가 아니라, 분명히 『유해 무익한 존재』라 단정해서 잘못이 아닐것이다.
점고하는 국회불신사조때문에 국회가 국회구실을 못하고 있고, 그 위신이 추락될대로 추락되어 있는 이 판국에 국회가 국회의원들만의 특권과 이익을 옹호하는 일만 되풀이 한다고하면 대저 우리 대의정치는 어디로 가고 말 것인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