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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 명태가 돌아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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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동해안에 명태가 돌아온다-.

80년대 강원도 동해안의 겨울철 주어종으로 도시민들의 식탁에 자주 올랐던 명태.그러나 동해안 명태는 90년대 이후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금태’로까지 불리우는 등 어민들에게 시름만 안겨더니 결국 수입산에 시장을 빼앗기기까지 했다.

그런 명태가 2001년 사상 최악의 어획량을 기록한 뒤 지난해부터 회복 추세를 보이더니 올들어서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동해안에 모처럼 명태 바람이 불고 있다.

◇활기띠는 항구=지난 4일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오전만해도 한산하던 이 곳에 오후 1시쯤부터 명태잡이 어선들이 속속 입항하면서 분주하기 시작했다.

선원들이 막 끌어올린 그물을 배에서 끌어내자 아녀자들은 걸려있는 명태를 익숙한 솜씨로 훑어내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위판장에서는 중매인들이 종을 치며 싱싱한 명태를 손빠르게 거래하는 등 항구 곳곳이 시끌벅쩍한 분위기다.

고성군수협 최병언(49)상무는 “최근 2∼3년 동안 어민들의 한숨만 가득했던 거진항이 올들어 명태 어획량이 늘어나면서 옛 모습을 찾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강원도 환동해출장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3일까지 강원도내 연안에서 잡힌 명태는 총 1백39t(6억8천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9t(2억8천만원)에 비해 어획량과 수입이 각각 2.4배 가량 늘었다.특히 사상 최악의 흉어를 기록했던 2001년 한해 어획량(72t)과 어획고(4억5천만원)을 이미 초과한 상태다.

거진 연안유자망 협회 김경택(57)회장은 “올해는 수심 6백∼8백m인 연안 6∼8마일 해역에서 어군이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며 “그동안 명태잡이로 한푼도 건지지 못했던 5t미만의 작은배도 3백만∼5백만원정도,큰배는 척당 2천만원 이상 벌고 있다”고 말했다.

대진항에서 13년째 중매업을 하고 있는 성진영(가명·41)씨는 “올해 위판량이 30% 이상 증가한 것 같다”며 “설 명절을 앞두고 일주일 가량 폭풍주위보가 내리지 않았다면 어민들의 돈벌이가 훨씬 좋았을 것이다”고 아쉬워 했다.

올들어 명태가 많이 잡히는 것은 동해 연안에 냉수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게 어민들의 분석이다.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북한 해역에서 내려와 매년 12월∼이듬해 2월까지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접근한다.이때 표층 수온이 영상 5도 이하를 유지해야만 명태가 이동한다.올해는 동해상에 차가운 기류가 발달하면서 수온이 용상 5도 이하로 떨어져 명태 어군이 폭넓게 형성됐다는 것이다.

◇옛 명성을 회복할까=명태는 70∼80년대까지만 해도 연간 1만5천t이상 잡히는 국내의 대표적인 겨울철 어종이었다.강원도가 국내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했으며 한때 강릉시 주문진은 물론,동해시 묵호항 연안까지 폭넓게 어장이 형상됐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어장이 고성군 해역으로 줄어들고 어획량도 매년 감소하면서 10여년째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명태가 흉어를 보이면서 한때 고성군 지역에서만 4백여척에 이르렀던 명태잡이 어선은 현재 50∼60여척으로 줄었다.

심지어 지자체에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명태잡이 어민들에게 20㎏들이 쌀 한부대씩을 지원하는 등 생계 지원에 나설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명태 자원의 감소 현상을 87∼88년부터 서서히 시작된 지구 온난화 현상에 따른 수온 상승에 따른 세계적인 추세로 분석한다.여기다 국내에선 70년대 중반∼80년대 초반 명태 치어인 노가리가 집중 남획되면서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허영희 박사(여)는 “그러나 2001년부터 일본 북해도 연안에서 회복 징후가 보인 데다 명태는 수명이 10년이 넘어 자원 관리만 잘하면 어장을 다시 되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최대의 명태 산란장인 북한 원산만 등 북한 해역에 대한 자료와 연구 활동을 남북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고성=홍창업 기자 <hongu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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