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내역 다 까면 현대 망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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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 측이 5일 현대상선의 대북 송금 경위가 모두 드러날 경우 남북관계가 훼손되고 현대도 망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조순용(趙淳容.(左)) 청와대 정무수석은 5일 "송금 내역을 다 까면 현대가 망하고, 남북관계가 훼손될 것을 뻔히 알면서 이런 것을 알아달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朴智元.(右)) 비서실장과 기자들의 오찬간담회 자리에서다.

趙수석의 발언은 현재로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자발적 진상공개가 어렵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그는 "특검으로 간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며, 현대 보고 죽으라는 얘기"라면서 "(특검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국회에서 비공개로 관계인들을 불러 사실을 밝힐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런 뒤 결과를 공개할지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비공개 조사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현대는 산업은행에서 빌린 돈을 다 갚았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현대가 대신 돈을 낼 리가 있으며, 그걸 자기들이 갚을 리 있겠느냐"고 반문, 대북송금이 정상회담과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다.

朴실장은 金대통령이 송금의 진상을 공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함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를 하면서 보니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경제라는 생각이 든다"며 현 정부의 경제적 성과를 부각시켰다.

朴실장은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은 현 정권의 남북교류협력과 구조조정을 높이 평가해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후 4단계나 등급을 상향조정했다"며 "4월에 무디스 관계자가 다시 방한하는 만큼 현 정권은 등급 유지에 마지막 20여일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朴실장은 "金대통령은 퇴임 후 당분간 외국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 머무르며 푹 쉴 것"이라며 "동교동 자택과 연세대가 인수한 아태재단에 마련될 연구실을 오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金대통령의 동교동 자택 주변에 오피스텔을 얻어 金대통령의 자택과 사무실을 오가며 지근거리에서 金대통령을 계속 보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나라당은 朴실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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