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지역에 안정 찾아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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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유고슬라비아'라는 국명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유고슬라비아 연방의회는 4일 연방을 해체하고 느슨한 형태의 '세르비아.몬테네그로 국가연합'을 창설하는 내용의 헌장을 채택했다. 74년여간 존속했던 유고연방 체제가 완전히 해체된 것이다.

유고연방 상원과 하원은 이날 26 대 7과 84 대 31의 압도적 표 차로 새로운 국가연합 창설에 관한 헌장과 관련 법률을 통과시켰다. 새 헌장은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의 독립성을 대폭 강화, 두 공화국이 외교.국방.인권 문제 등만 공동으로 관장하는 느슨한 형태의 국가연합 체제를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연합의 수도는 세르비아의 수도인 베오그라드가 되며, 일부 행정기구는 몬테네그로의 수도인 포드고리차에 자리잡을 예정이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 국가연합의 탄생에는 발칸지역의 안정을 바라는 유럽연합(EU)의 끈질긴 외교적 노력이 큰 기여를 했다.

◇유고연방 = 유고연방의 기원은 1918년 출범한 세르비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연합왕국이다. 1929년 왕국은 유고슬라비아로 국명을 바꿨다. 유고슬라비아 왕국은 2차 세계대전 뒤 요시프 브로즈 티토의 지도하에 공산주의 연방(유고연방인민공화국)으로 정체가 변경됐다.

티토는 특유의 외교술과 독재적 통치 스타일로 6개 독립공화국과 일부 자치지역들을 하나의 연방으로 통합하는 데 성공, 40년여년간 유고를 통치했다. 80년 티토 사망 후 혼란을 겪던 유고연방은 공산권 붕괴와 함께 해체에 들어간다.

90년대 유혈 독립전쟁의 와중에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마케도니아 등 4개 공화국이 연방에서 떨어져 나갔다. 마지막까지 남아 92년 신유고연방(유고연방공화국)을 구성했던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가 이번에 국가연합으로 재편된 것이다.

◇단명 가능성도=국가연합 구성에 합의했지만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3년 뒤 완전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각각 실시하기로 돼 있어 국가연합이 다시 와해될 가능성도 있다.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현 유고연방 대통령은 국가연합에 대해 "이혼이 예정된 결혼"이라고 비판했다. 유고연방의 해체는 또 세르비아에 속해 있는 코소보 내 알바니아계 주민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세르비아계 주민의 분리주의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유철종 기자 <cj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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