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것 만들어야 하는 우리 이제 겨우 1% 이뤘을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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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회의(구글 I/O)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AP=뉴시스]

“우리는 이제 겨우 1% 정도의 진척을 보았을 뿐입니다.”

 구글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40)가 15일(현지시간) ‘구글 I/O(Input/Output)’에 깜짝 등장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모스콘센터에서 전 세계 개발자와 미디어 관계자 6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막을 올린 이날 행사에서 페이지는 기조연설 말미에 예고 없이 무대에 나섰다. 초대형 지구 이미지를 배경으로 짙은 남색 카디건에 빨간색 라운드티를 입은 그가 모습을 보이자 객석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2011년 4월 CEO에 오른 페이지가 구글 I/O 같은 대규모 공개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이지는 확고한 표정으로, 가끔은 천진난만한 미소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엄청난 성공을 이뤘지만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멀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페이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 우리에게 부정적인 생각이나 비방은 걸림돌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경쟁은 누가 승리하면 상대방이 죽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구글과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에 대해 “이들은 돈이 협업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전날 “목소리 이상증세는 어릴 적 감기증세를 겪은 뒤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아 발생한 희귀병 때문”이라고 밝혔던 페이지는 이날 행사에 깜짝 출연함으로써 건재함을 과시했다. 40분에 걸쳐 개발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기도 했다. 포스트 잡스 시대를 이끌어갈 선두 주자임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이라는 평도 나왔다.

차세대 음성검색 서비스 선보여

 이번 구글 I/O의 하이라이트는 사용자와 대화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추천하는 차세대 음성검색 서비스였다. “오케이 구글”로 시작하는 명령어에 작동하는 음성인식 프로그램은 사용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사용자와 대화하고 원하는 결과를 추천하기까지 했다. 아밋 싱할 구글 검색담당 부사장은 “영어 사투리의 90% 이상을 인식할 수 있다”며 “음성을 인식해 통역까지 해 주는 서비스가 3년 뒤면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8년 전 선보였던 구글 지도 역시 큰 변화를 보였다. 사용자가 자주 가는 식당의 특성을 저장해 두었다가 다른 도시에 갈 경우 취향에 맞는 식당을 추천하는 등 스마트한 개인 맞춤형으로 진화했다. 인공위성 사진 서비스인 구글 어스는 3D(3차원) 이미지를 보여준다. 심지어 북한 평양 거리를 실제처럼 내려다보는 것도 가능하다. 한 달에 9.99달러를 내면 좋아하는 음악을 실시간으로 내려받아(스트리밍)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구글 주가 사상 첫 900달러 돌파

 새로운 음원과 게임 서비스 도입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구글 주가는 2004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900달러 선을 넘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구글 주가는 전날보다 28.79달러(3.2%) 오른 915.89달러(102만원)에 거래됐다. 시가총액 역시 처음으로 3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구글판 갤럭시S4도 공개

 한편 최신 레퍼런스(기준이 되는 제품)폰으로 LG전자 또는 모토로라와 손잡고 ‘넥서스5’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이날 행사에서는 ‘구글판 갤럭시S4’를 선보였다. 기존에는 하드웨어 개발 단계부터 HTC·LG 등과 협의해 레퍼런스폰을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삼성이 내놓은 단말기에 구글의 소프트웨어만 얹은 식의 새로운 협력모델인 셈이다. 이 제품은 다음 달 26일부터 649달러(16GB)에 판매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닐 모스턴 이사는 “삼성은 현재 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산업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왕”이라며 “삼성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구글보다 많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샌프란시스코=심재우 기자

◆구글 I/O(Input/Output)= 구글이 레퍼런스폰, 구글 글라스 등 혁신제품을 선보이는 연례 행사. 세계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모인 수천 명의 개발자가 사흘간 정보를 공유한다. 등록 비용은 일반인 900달러(약 100만원), 학생·교수·교사 등은 300달러(약 33만원)다. 온라인으로 표를 팔기 시작하면 한 시간 안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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