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엘류, 수비 '철의 장막' 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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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3일째를 맞은 움베르투 코엘류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를 둘러봤다. 한국축구의 하드웨어를 점검한 것이다.

의례적인 방문이 될 듯 싶었지만 코엘류 감독은 꼼꼼했다. 월드컵경기장에선 겨울철 잔디보호를 위해 씌운 덮개를 걷어내며 직접 잔디를 매만져보고, 선수실.샤워시설.워밍업실을 차례로 둘러보곤 "선수들의 동선을 최소화시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게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조직위 문동후 사무총장과의 대담에선 "한국의 월드컵 경험을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4)를 개최하는 포르투갈에도 전달해주기 바란다"라며 축구행정가다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NFC에서도 지하부터 지상 4층까지 일일이 돌아보며 체크했다. 코엘류 감독의 통역을 맡고 있는 축구협회 정재훈 과장은 "창경궁을 지나갈 땐 '이게 언제 유적지냐, 누가 주로 사용했느냐'고 꼬치꼬치 물어 진땀이 났다"며 "'그냥'이나 '대충대충'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런 주도면밀함은 대표팀 선발에도 그대로 적용될 듯 싶다. 코엘류 감독은 4일 기술위원과의 면담자리에서 "국가대표급 기량을 가진 선수 50명의 정보를 e-메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신체조건이나 성적 뿐 아니라 장단점.주특기.성격 등도 포함시켜 줄 것을 부탁했다. 조영증 기술위원은 "그렇다고 코엘류 감독이 한국선수들의 정보를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미 국가대표급은 물론 올림픽대표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코엘류호'의 윤곽은 어떻게 그려질까. 현역시절 수비수로 뛰었던 코엘류 감독은 우선 강력한 수비진을 구축하는데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1m85㎝대로 유럽선수들에 비해 체격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 젊은 수비수들의 기량을 눈여겨 보고 있다"는 발언을 통해 보면 올림픽대표팀의 손승준.조병국(이상 수원삼성), 곽태휘(중앙대) 등의 발탁도 점쳐지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워낙 신중한 성격이라 프로팀 감독들을 일일이 만나보면서 폭넓게 선수 기량을 확인한 뒤 천천히 대표팀의 라인업을 확정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엘류 감독은 6일 자신이 거주할 집을 알아보고 7일 포르투갈로 돌아간 뒤 이달 말 한국으로 와 본격적으로 감독직을 수행하게 된다.

서울.파주=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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