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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가는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O…오늘은 순이가시집 가는 날이다. 온 동네가 떠들썩 하다. 더우기 서울로 간다기에야단 법석들이다. 순이엄마에게 『사위 잘봤수. 이젠 서울 구경 잘하게 됐군요』하고 서울구경부터 생각해 내는 동네 아낙네들. 잘가든 못가든 시골에서는 서울로만 가면 시집잘가는것으로 알고 야단이다. 떠나는 순이에게 『부디 행복하기를…』하고 속삭여주고 나는 뒷산으로 발을 옮겼다.
O…언제나 걸어 보는 나의 산책길. 어린소나무며 잡목림 우거진 이산에오르면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낀다. 마른 풀섶에 앉아 생각해 본다.
시골을 등지고 떠나버리는한 여자를 나이찬 처녀는 물론 갓시집온 새댁도 부러워한다. 시골에서 생각하는 서울사람들은 구공탄불로 밥을 짓고….
O…분필같은 손을 아침처녁 다듬고. 퇴근길의 남편을 기다리는 서울의 여인들. 하기야 시골에선 힘에 겹게 일을 해야만 된다. 별을이고 나가서 달을 보고 돌아오는 들일만이아니다. 빨래랑, 식사준비랑, 아이들 돌보기….
시골 아낙네의생활이란 주름진할머니의 모습에서, 비가오면 팔다리가 쑤신다는 어머니의 푸념에서 누구나 알고있다. 그러나 편한것만이 행복한것은 아닐 것이다. 행복이란 자기 마음속으로 생각하기에 달렸다는 말을 ALE어보자.

<이린영·충남서산군상산면신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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