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신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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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든 질서는 정치질서에서>
정치질서가 서지 못하고는 사회·경제의 일반질서의 문란을 바로잡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정치질서라고하면 법을 세우고 나라의 살림을 꾸려 나가는 국회가 국민앞에 꾸준히 신의의 모범을 보여주는 일로부터 비롯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국회는 공화당의 다수의 세력에 의하여 국회가 만장일치로 채택했던 6·8부정선거에관한 여·야정당의 합의의정서를 백지로 돌리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의 합의의정서는 부정선거의 조사와 뒤처리를 국회의 이름으로써 한 것과 금후의 선거부정을 방지키위한 필요한 입법조치를 하자는 방안을 그내용으로 하고있는 것이다.
공화당은 합의서에의한 특별조사위윈회 법제정에관한점이 헌법에 위반된다고하여 지난12일 입법위원회의 활동을 거부하는 최후의 태도를 표명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지금 그런 이유를 내세우는 자체가 야당을 국회에 끌어넣고 이럭저럭 날짜만 끌어가기위한 속임수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비난 공격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만일 여·야의 합의의정서가 공화당의 거부로 완전히 백지화시켜 버린다는 것은 선거의 부정을 더 추궁할 것없이 어떤 부정의 혐의가 있다고해도 덮어두자는 것이 되고 그때문에 부정선거의 문제는 야당의원들의 국회등원 이전사태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또 그뿐아니고 공화당의 그러한 태도는 공화당이 국회를 통하여 국민과 약속했던 「합의」에 배신하는 것이 될 것이다.
정치의 근본정신은 정의의 정신에있고 정치의 실제는 주고받는 신의의 약속이행에 있다할 것이다. 이렇게되면 국회는 진실과 거짓의 표준을 가리지 못하는 결과에 떨어질 것이다.

<한목적에 방법만 다른 여·야>
국회내의 여·야의 정당대립이란 국사의 보다 더 좋은 결실을 맺기위한 토론의 필요를 위한 것임은 헌법규정에도 명백한 것이다. 결코 38선이나 휴전선을 사이에둔 남북이나 동서의 대립, 결전을 뜻하는 원수의 관계가 아닌 것을 다시 생각하고 뉘우쳐야 할 것이다. 적어도 국회에 적을두고있는 정당이라면 국가의 한목적 한목표를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을 기약하되 그방략의 차이가 있을 뿐인 것이 여와 야의 대립관계인 것이다.
문제는 당파의 다수나 소수에 있을 것이아니고 누구가 더 현명하여 국사의 옳고 유리한 방략을 꾸며내느냐에 정치인 또는 그정당의 면목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문제는 국가의 부강을 위한다든지 하는 정책의 토론에있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중의 거짓과 진실을 가려내자는 문제에관한 절대다수자인 공화당 자신의 성실여부에 있는 것이다.
그러면 공화당에 남은 책임은 무엇이냐? 아직도 늦지 않으니 합의서의 충실한 실천이 있을뿐일 것이다. 여·야의 대표로 하여금 작성케하여 여·야의 두 정당대표가 서로 승인하고 다시 국회에 제출하여 만장일치로 채택을 보았다는 정치적 중요한 사실을 제 얼굴에 침을 뱉는 이상으로 무시해 버리자는 것은 사소한 법이론으로서 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이다. 선거의 부정을 깨끗이 처리해 버리자는 일자체가 공화당의 면목을 구제하는 일이 될 것이기때문이다.

<야협력얻어야 여도 제구실>
정치와 군사에는 결단력이 절대 필요하다고 한다. 결단력의 표시는 때를 놓치지 않아야된다는 뜻을 가진 것이다. 지금 이때는 일각이 천금같은 귀중한 시간인 것이다. 역사를 추진시키는 것이 정치이거던 오늘의 내외의 여러가지 중대한 이 국면에 시각을 천연 할 수 없는 것이다. 여·야는 아무리 견해를 달리한다고 해도 결국은 한나라 한국민의 뜻을 받들고 있는 한국회의 단 두개의 정당이거던, 견해의 어떤 차이라도 조정되어야 하고, 또 모든 정책은 조화를 잃지 않음으로써 국민이 굳게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길을 닦아 나가야 할 것이다.
정치에는 또 힘을 가져야 한다고 흔히 말하기도한다. 그러나 정치의 힘은 단순히 다수의 우격다짐같은 것이 힘이 될 수는없다. 여당은 다수파요 정부의 권력을 배경으로하고 있기때문에 강대한 힘의 소유자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지지없이 국회내의 의석의 수효만으로 힘을 자랑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실례는 「날치기」가 결코 정치의 힘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만일에 여당이 여당답게, 혹은 그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는 야당의 협력이라는 힘을 얻을수 있는데서 더큰 힘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 정치를 한다고 하면 권력과 아울러 소위 「권모술수」란 것을 많이 내세우기도 한다. 심하면 악랄한 음모와 금력에 의한 매수공작들을 잘한다. 그런것도 지금쯤은 통용될때가 아닐 것이다. 반대당의 한두사람을 매수하거나 정치적 병신을 만든다고하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것을 곧 알아차리고 누구의 짓인가를 따지게된다.
정치는 적어도 국가국민을 위한 정의의 사업인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인은 모름지기 성실하고 겸허하고 그리고 지혜로와야하는 것이다. 정치의 경륜은 먼앞을 내다 볼 수 있는 지혜에서 나올 것이고 그실천의 결단력은 사심없는 성실과 겸허한 태도속에서 샘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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