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없는 새학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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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학년이 시작됐다. 한학년씩 올라간 기쁨에 들뜬 학생들은 새로짜인「클라스메이트」 들과 사귀며 『올해에는 더좋은 성적을 올리겠다는 결의를 저마다 굳게하는듯하다. 요즘 고등학교학생들의 가방은 전에 볼수없이 홀쭉하다. 가쁜한 가방을 들고다니는 학생들은 학과시간이될때마다 싱겁기 짝이 없다고한다.
교과서가 없기 때문이다. 개학날인 지난4일 문교부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로 물었더니 2, 3일안에 모두 배부될것이라는 극히 사무적인 대답이었다. 그러나 오늘까지도 교과서없는 수업이 계속되고있고 들리는 말로는 앞으로도 1주일이 지나야만 모두 배부될것이라는 것이다. 요즘 나이 많은 교사들은 주름살을 펼날이 없다. 아무리 교과서가 없다하더라도 수업은 해야하니까 교과서대신 매일「프린트」를 해야되고 말로 간단히 설명될것도 일일이 흑판에 적어주게됐다. 새학기가 매년3월이면 시작된다는것은 미리 정해진 일이고 새학기 시작과함께 또는 그이전에 학생들 손에 깨끗한 새교과서가 들려져야 한다는것은 극히 당연한 일일것이다.
당연한 일이 이행되지않는것은 무엇때문일까? 혹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것은 아닐까? 더우기 앞으로 이나라를 이끌어나갈 젊은 학생들에게 제대로 되지않은 본보기를 보인것이니 직무유기죄로 고소라도 하고싶은 마음이다. 교과서개편이라는데도 문제가 없는것은 아니다. 개편된 교과서를 받아보면 95%이상이 전에있던 교과서와 같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일이다. 구교과서에다 고쳐야할 부분만을 정정표로 표시해주면 쓸데없는 국고낭비나 부형의 과중한부담을 덜어줄수있는것이 아닌지... 각종 교과서와 부교재, 「노트」, 점심밥, 게다가 주판이니 삼각자니 잔뜩들어 무거운 가방을들고 가는학생들을 볼때 마다 한편으론 애처로운 생각이 들지마는 한편으론 믿음직한 장래를 바라보는것같아 흐뭇해지는것은나하나만의 심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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