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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덥고 긴 여름」의 시작|불붙은 「검은항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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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샌프란시스코=강우정통신원】흑인지도자 「스토클리·카마이클」씨(26)가 2명의 경찰관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중인 「뉴턴」군의 석방 모금 운동을 위해 지난 2월17일 「샌프란시스코」에 나타남으로써 금년도 흑인운동의 막이 올랐다.
「카마이클」은 그가 작년 12월 「쿠바」 월맹등 「여행금지구역」을 포함한 11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래 처음으로 대중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오클랜드」시립회관에서 벌어진 이 대회엔 한시간 전부터 검은 물결이 넘쳤다.
밤 8시가 되자 「아프리카」의 「정글」을 연상시키는 그들 고유의 북소리에 「서머타임」의 서주가 서서히 그들의 설움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오늘 우리 종족의 여명을 유지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습니다』 크고 검은 눈동자에 적의를 불태우며 「카마이클」이 이렇게 첫마디를 시작하자 흑인들은 모두 일어나 두주먹을 휘두르며 『블랙파워!』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는 백인 「리버럴리스트」들과 일부 학생들의 협조 자청을 완곡히 거절하고 있다.
『어떤 백인에게 물어보아도 그들은 「우리들의 친구」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그들은 흑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의 형제가 아니며 그들의 도움엔 한계가 있다.
그들의 연민은 오히려 우리의 단결을 좀 먹을 뿐이다』라고 백인 경계론을 폈다.
그의 이와 같은 백인사회로부터의 흑인 분리 주장 때문에 그는 「독립주의자」라는 비난조차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통합이란 뭔가? 흑인아이들이 백인학교에 가는 게 통합인가, 또는 흑인들이 백인지역으로 이사해도 된다는 걸 의미하는가? 무언가 백인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고 흑인쪽은 나쁘단 말인가? 도대체 통합이란 백인쪽으로의 이동만을 강조했지 흑인 사회 안에 있는 문제엔 관심이 없지 않은가』라며 통합의 헛점을 찔렀다.
「카마이클」은 또 흑인어머니들이 백인집에 고용되어 그 집 어린이들을 돌보는 바람에, 자기의 검은 아이들을 돌보지 못했듯이 흑인지도자들이 백인의 얘기에 깊은 관심을 쏟은 나머지 흑인들이 무엇을 얘기하는지에 귀를 기울이지 앉았다고 개탄했다.
청중들은 그의 말에 한마디 한마디 끝날때마다 분노에 넘쳐 악을 쓰며 발을 구르곤했다.
선거를 앞둔 「존슨」 행정부가 겪어내야 할 최대의 국내문제가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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