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정적자 깜짝 급감 … 오바마 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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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14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 미 정가와 월가가 깜짝 놀랐다. 오는 9월 30일 끝나는 2013회계연도 미 재정적자가 석 달 전 예상(8450억 달러)보다 2030억 달러나 적은 6420억 달러(약 715조원)에 그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재정적자가 1조 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2014회계연도엔 적자가 5600억 달러로 올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말 ‘재정절벽’(세금 감면 축소와 재정지출 삭감으로 경기가 위축되는 현상) 협상 때만 해도 여야 모두 재정적자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공화당은 정부 씀씀이를 훨씬 더 줄이지 않으면 적자 감축은 언감생심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오바마와 민주당은 공화당의 몽니로 발동된 ‘시퀘스터’(10년간 1조1000억 달러 예산 자동삭감)가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거라고 겁을 줬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양쪽 모두 빗나갔다. 적자를 줄인 효자는 예상보다 1090억 달러나 더 걷힌 개인·법인 소득세였다. 여기다 밑 빠진 독이었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회사 프레디맥과 페니메이가 정부에 950억 달러 배당을 안겼다. 결국 부자 증세도, 정부 지출 삭감도 아닌 경기와 주택시장 회복세가 적자를 가파르게 줄인 일등공신이었다는 얘기다.

 뜻밖의 ‘낭보’에 여야는 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공화당은 정부 지출 삭감 공세를 더 높일 태세다. 시퀘스터까지 발동됐지만 경기 회복세가 꺾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바마와 민주당은 정부 씀씀이를 덜 줄여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적자도 더 가파르게 줄 것이란 논리로 맞서고 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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