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서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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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겨우내 잠잠하던 「불도저」의 소리가 요새 다시 지층을 뒤혼들어가며 서울 각처에서 들 린다. 포도위로 퍼지는 진동이 경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그것은 미내에의 「다이너믹」한 도약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하다. 그러나아무러 봐도 아름마움과는 차츰멀어져만가는것 같다. 그런게새로운도시미인지는 모르지만….
가령 중앙청에서 광화문까지걸어가본다. 식민지풍의 중앙청건물이 그대로 있고, 반토막「로마네스크」식의 옛도청건믈이있고, 그옆에 성냥갑을 모로 세운듯한쌍동이 건물이 둘나란히있고, 그앞에 서로 멋부리기 경쟁을 하다 지친듯한 시민회관과 장총회관이 있고, 그뒤에 기와 지붕이 기웃거리고, 다시 길을 건너면 마치 2차대전때의 「마지노」요새와도같은 국제전신전화국이있고, 그리고 네거리에는 추악의 견본과도 같은 지하도 입구들이 꿈를거리고 있다.
이것이 약동하는 서울의 표정이다. 봄맞이로 서울구경 오는 시골 할아버지들에게는 이 모두가 경이의 대상이 될만도 하다. 휴식과 정지를 모르는 도회의「에네르기] 에 찬 표정을 여기서 볼수도 있겠다. 고층건물사이에 끼여 숨죽이듯 뒷길에 밀려난 비각을 보면 그런 느낌이 짙어진다.
정말 가관이다.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을만큼, 그러나 서울은 혼난과 추악에 뒤덮여가며 있다. 부련속하게 제멋대로 늘어선 「빌딩」 의 물결과 집채보다 큰 광고판들, 그리고 이사이를 누벼나가는 무계극적인「하이웨이」들, 이것들이 오늘을 사는 시민의 생활감정을돋우어 놓는다 하겠지만, 시민들의 메마른 내면은 더욱 황량해질것만 같다.
『10년 후엔 서울은 또하나의 추악한 「현대」 수도로 될 것이다. 그렇게되면 어떤 관광객이 서울을 찾아올 것인가?』 얼마전에한외국인이이렇게본보 (2월22일자) 에 쓴 일이있지만, 그때엔 서울시민에게도 숨돌릿곳이 못될 것이다. 지금도 「불도저」의 소리가 창밖으로 들린다. 그것은 아름다움을 파헤쳐 나가는 소리같이만 들린다. 새로운도시의 「이미지」는 아름다움을 등져서만 가꾸어지는 것은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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