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제석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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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64년에 국립박물관 고고학연구반은 경기도 파주군 월롱면에 있는 한 지석묘에서 마제석검을 발굴했다. 이것을 방사성동위원소로 「테스트」한 결과 약2천7백60년 전의 것임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마제석검이 만주식동검이 변형된 세형석검과 같은 시대에 속하며, 대륙의 세형석검을 본뜬 것이라고 여겨왔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굴된 파주 석검이 대륙의 세형석검보다 5, 6백년이나 앞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판명된 만큼, 우리문화가 중국을통해 들어왔다는 정설이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호머」의 시에 심취한 「슐리만」은 끝없는 정열과 낭만으로 「일리아드」와 「오뒤세이아」의 무대를 파헤쳐 나갔다. 삽과 괭이만으로 발굴해나갔던 그당시에 비긴다면 X선, 원자방사능, 「카븐테스트」등을 이용하게된 오늘의 고고학은 놀라울만큼 과학화한 대신에 산문화하였다고 할 수도있다. 그래도 민족의 기원, 문화의 발상등이 아직도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고고학이란 역사학의 총아가 아닐수 없다.
한 석검을 통해서 우리의 고대문화가 우리네 독자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엄청난 사실을 캐낼수 있다는것은 우리에게 야릇한 흥분마저 일으켜준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역사필에 관한 얘기다. 여기서 느끼는 기쁨도 따라서 역사학에만 속하는 것이라야한다.
우리의 문제는 오늘에 있고, 우리의 주체성은 어디까지나 오늘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의 아득히 먼 선조가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어제의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오늘의 문제는 그러한 일정이 「하버드·옌칭」협회의 재정적 뒷받침을 얻어서 비로소 가능했고, 또 미국의 한 연구소의 기술과 시설에 의뢰하지 않으면 안되었다는데 있다.
어제의 우리가 화려한 문화를 마련할수 있었고, 그것을 자랑하는 것도 좋지만 그런 자랑 속에 잠겨 있을수 없는 우리의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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