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호 승무원 처벌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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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신보도에 의하면 북괴는「푸에블로」호 승무원 전부을 처형할는지 모른다고 시사했다 한다. 이와같은 설에 대해 미국무성은 이례적인 주말성명을 통해 미승무원들이 처형된다면 그것은 반드시 미국의 강력한 반응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경고했다.
이와같은 움직임은 한동안 조기 석방설이 떠돌던「푸」호 승무원문제의 해결이 앞으로도 상당히 지연되리라는것을 시사하는것이오, 「푸」호사건의 수습을 둘러싸고 한국정세의 긴장이 계속연장될 가능성이 짙음을 말하여준다.
공해상에있는 미국군함을 불법납치해간 북괴가 판문점 회담을 통해 이 문제를 수습할듯한 태도를 보이다가 이제와서 전 승무원에대해『국내법에의한 처벌』을 운운하게된 까닭은 무엇인가. 그 정세상의 배경으로 본다면①이 문제를「유엔」안보리에서 판문점회담으로 이관시킴으로써 국제여론의 규탄을면했고②다음에는 판문점협상을통해 송환할 의사가 있는것처럼 지연전술을 써나감으로써 한·미간에 이간을 붙여 양국에의한 단호한 보복조처를 슬쩍 피해놓았고 ③지금은 이상 두가지 목적이 일단 달성되었으니 「푸」호승무원을 장기에 걸쳐 인질로 잡아두어 국제정치상 유리한 흥정을 하겠다는것으로 관측된다.
시간적으로 보아 매우 주목을 요하는것은 며칠 전「밴스」특사가 내한하여 한·미회담이
열렸을때에는 북괴가「푸」호문제에 관해 유연한 해결책을 쓸것처럼 능청부리다가 한·미회담이 끝나 미국이 북괴를 당장에 강력히 응징하겠다는 결의가 서있지 않음이 드러나자 또다시 강경자세를 취하게되었다는점이다.
상기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미국이 확고부동한 자세를 취하지않고 유화정책을 취해온 것이 사태를 악화시킨 기본원인이라 하겠다. 「푸」호납치사건을 「유엔」안보에서 판문점회담으로 이관시켰다는것부터가 미국이 북괴의 교묘한 술책에 농락당하게된 제1보라 하겠지만, 「푸」호사건을 휴전협정위반사건으로 보고 이를 판문점에서 다루자던 북괴가 이제 진일보하여「푸」호승무원을『국내법으로 처벌하겠다』운운하는데 이르러서는 아무리 유화정책으로 기울었던 미국이라하더라도 일대반성과 각성이 있어야할것으로 생각한다.
북괴가 미국이 인정하는「교전단체」로서 휴전협정에 서명한것이 엄연한 사실이라고 하면 아무리 몰상식한 북괴라 하더라드 미국군함을 공해에서 납치해다가 거기 승무했던 정규군인을『국내법에따라 처벌』운운하는 것은 국제법의 원칙에 비추어 처음부터 어불성설인 것이다. 그뿐더러 미국의 군인을 함부로 잡아다가 심한 고통을 주어 자백을 날조하고 이번에는 그 자백에 따라 형벌을 가하겠다고 하는것은 인도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북괴는 법적으로도 인도상으로도 도저히 용납될수 없는 만행을 자행하면서 미국과 홍정하고, 나아가서는 정세긴장을 고의적으로 가장시켜 공산권의 동정과 지지를 얻으려고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상대로한 신사적인 흥정이나, 사태악화를 막기위한 유화정책이란 무엇을 결과하게 될 것인가 부문가지라 할 것이다. 미국은「푸」호문제를해결하는데 있어서도 북괴의 도발을 색원하는데 있어서도 침략자를 단호히 응징하겠다는 결의를 뚜렷이 표명해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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