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불법 관전하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시아에서 타국의 TV 방송을 불법적으로 시청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월드컵 매니아들이 많다. 그런데 일부 매니아들은 단 한 경기도 놓치지 않으려고 온갖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과 인접한 홍콩 국경 부근의 한 시골 마을에서도 축구 경기장의 함성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자신을 TV 중독자라고 말하는 전직 경찰 데이브 위버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한 방송국이 위성으로 송출하는 방송을 끌어다 보고 있다.

위버는 "아프리카 어딘가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서 빌려온 위성 디코더 덕분"이라고 CNN에 말했다.

"이것만 있으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멀티 초이스 채널의 방송을 이곳 홍콩에서도 받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제대로된 디코더만 있으면 시청자들은 전세계 모든 국가의 각종 방송들을 송신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장비 덕분에 사람들은 보통 홍콩에서 볼 수 없는 수많은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 "정당하다"

일부 프로그램 공급업체들은 권리를 침해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디스커버리, CNN을 비롯한 많은 채널들은 홍콩 내 프로그램 공급권을 갖고 있는 기업들과 저작권 계약 문제를 조심스럽게 협의해왔다.

위버는 "배급업체들이 지방에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거나, 충분한 채널 선택권을 주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이 때문에 시청자들이 불법으로 시청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여기게 된다"고 말했다.

위버는 "시청자들은 어쩔 수 없이 큰 돈을 주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서비스를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홍콩 북서부 신계지의 상점들은 디코더 판매 성수기를 맞고 있다.

타이컴 위성을 통해 방송되는 태국 방송국 UBC 프로그램은 약 2천 달러(1만4천 홍콩달러)면 볼 수 있다.

이 장치만 있으면 HBO, AXN과 ESPN등 다른 종류의 프로그램도 볼 수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ESPN에서 방영되는 월드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디코더만 있으면 스타 스포츠나 CNBC, BBC 월드와 CNN도 시청할 수 있다.

최고 징역 5년형

홍콩법에 따르면 방송 허가를 받지 않은 유료 방송을 볼 수 있는 TV 디코더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신계지에 있는 상점의 관리인은 방송 허가가 나지 않은 UBC의 가입 비용을 전화로 말해줬다.

방송산업협회 CASBAA의 마르셀 페네즈 의장은 불법 배급이 만연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대놓고 무허가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방송사들은 홍콩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저작권 침해를 일소하기 위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 정부는 유료 방송 시청용 디코더를 불법 배포하는 이들에게 최고 징역 5년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정식 위성수신 안테나를 달기도 했던 위버는 불법적인 거래를 단속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사람들이 돈으로 살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로 월드컵을 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HONG KONG, China (CNN) / 이정애 (JOINS)

◇ 원문보기 / 이 페이지와 관련한 문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