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의 견해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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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미 양국은 15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지난 12일 이래, 연4일째 계속된 미대통령특사 「밴스」씨 일행과 우리 정부당국자간의 일련의 고위회담을 끝마쳤다.
4개 항목으로 된, 이 공동성명은 단적으로 한국의 안전보장에 위험이 있을 때에는 한·미 양국이 『언제나 즉각적인 협의를 할 것』이라는, 이를테면 한·미 방위조약의 약속을 재확인한데 그 초점이 있다.
그러나 이 공동성명은 지난 「l·21」사건이래 미국정부가 긴급히 대통령특사를 보낼 만큼 긴장이 조성된 상황아래서 우리 국민이 그토록 열망했던 뚜렷한 공동보복조치 위에 관한 구체적인 함축 등 방법론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고 중요한 문제는 이를 모두 후일의 협의에 미루고 있는데 그 일반적인 특색이 있다고 하겠다.
이점 그동안 난항이라는 풍문 속에서 연일 계속된 서울 한·미 고위회담을 주목해오던 한국민에게는 물론, 우방과 적을 포함한 전세계국민들에게 실망과 가중된 앙의가 뒤섞인 여운을 남겼다할 것이다.
생각컨대 「밴스」씨가 미국대통령의 특사로서 한국에 왔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한국사태의 중대성과 한국이 요구하는 대응조치의 필요성 등을 미국정부가 인정한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지된 1억불 증원 외엔 하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이 한·미 공동성명은 상호방위조약에서 즉각적인 행동을 규정하고있고 호시탐탐 남침을 노리고 있는 북괴며 중공·소련 등 공산국가에는 흐리멍텅한 둔사로 밖에 해석되지 않을 것이고, 재도발을 조장할 우려마저 없지 않다. 또 자유우방에 대해서는 미국의 공동방어약속을 의심하게 하는 심리적인 위급감을 조성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빚어내게 한 근본원인은 본란이 누차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사태를 보는 양국민사이의 인식의 격차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북괴의 1·21 무장공비남침을 무장침략으로 보고, 1·23 「푸에블로」호 납북을 전쟁행위로 보고있는데 대하여 미국은 위기의 긴박감을 우리만큼 덜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공산남침을 겪은 한국민은 북괴의 도발행위가 꼭 전쟁과 직결된다는 것을 실감으로 느끼고있으며 한국에 대한 도발이 비단 국내문제에 그치지 않고 월남증파를 방해하기 위한 양동작전으로 보며 공산진영의 아세아침략의 전초전으로 보고 있다. 자유백림이 공산화하면 전취나파가 공산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안보문제는 자유진영전체의 안보와 직결되어 있으며 한국은 많은 「유앤」군의 피로써 지켜진 자유의 교두보인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한국의 안보문제가 갖는 세계적인 지위를 재인식하여 한국의 국방력증화를 위해 보다 큰 성의를 기울여야할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있을 한·미 양국의 국방각료회담에서는 우리측 요구인 최신식무기의 도입 문제 등 ,당면한 한국의 국방력강화문제에도 성의 있는 교섭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지만,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반공보루로서 오늘의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국제적 좌표를 미국조야가 더욱 깊이 인식하여 양국간에 아직도 현격한 근본적인 견해차를 좁히는 보다 고차적인 회담이 이루어져야할 것으로 본다.
미국은 「아시아」 속의, 한국의 지위와 세계에서의 자유한국의 지위를 재평가하고, 고국의 자주국방력의 강화가 세계의 경찰임을 자랑하는 미군병력의 증강의 일익이 된다는 점에 유의하여 한·미 양국의 유대강화에 한층 더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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