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티·아메라카니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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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무장 공비의 서울 침입 사건과 「푸에블로」호의 납북 사건을 둘러싸고 그 대응책에 있어 한·미간에 기본적인 견해차가 있는 듯 하다는 것은 그간의 보도로써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요즘 「존슨」 미 대통령의 특사로 「사이러스·R·밴스」씨가 내한하여 일련의 한·미 고위 회담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결국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대응책에 있어 한·미간 견해의 일치점을 발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민이 최근의 사태와 더불어 특히 미·북괴의 직접 비밀 협상 또는 유화 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태도를 표시하고, 심지어는 미국 대사관 앞과 판문점 길목의 「자유의 다리」에서 시위 행렬 같은 것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을 가지고 일부 미국민들이 한·미 관계의 근본을 의심하거나 나아가서는 이것을 「반미 사건」 또는 소위 그 흔해 빠진 「앤티·아메리카니즘」의 재판으로 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12일 「워싱턴·포스트」지는 「푸에블로」호 사건에 따르는 일련의 사태로 말미암아 서울의 일부 관리들이 좁은 「앤티·아메리카니즘」을 토로하게 된 것은 유감된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지는 또 한국의 강경론자들은 한국 정책뿐만 아니라 미국 정책에 있어서까지 주인 노릇을 하고 싶어한다는 극언까지 말하였다고 한다.
우리는 언론이 가지는 자유 논평이라는 관점에서 동지의 논평 그 자체를 가지고 추호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와 같은 노조가 미국민 일부 여론을 대변하고 또 그러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사설을 도리어 충격적인 것으로 보고 매우 유감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는 기본적으로 동맹 관계에 있고 모든 주요 문제에 걸쳐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는 것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아세아 공산 침략 세력에 효과적으로 대결함에 있어서는 그 원인 분석에 있어서나 대응 정책에는 우리와 적지 않은 거리가 있다. 미국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면서도 되도록 현실 충돌 또는 그 확대를 회피하려하고, 오히려 유화적인 태도를 표시하고 있다.
이러한 것이 무엇을 가져왔는가는 최근의 한국 사태에서는 물론 월남 사태에서 단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최근의 한·미 관계는 6·25 종전 휴전기와 비슷하지만 그 당시 한국민은 오늘의 사태를 예견하여 휴전을 반대하였다. 그때의 한국 주장은 최근의 한국 사태에서 어김없이 적중한 것이다. 월남 전쟁에서도 미국은 협상 운운하면서 공산측을 잘못 평가하였다가 공산군의 적정 기준을 당한 것이다. 그로 말미암아 다름 아닌 미국의 인적·물적 손실은 물론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최근의 한국 사태에 대한 한국민의 주장은 바로 전기한 바와 같은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의 기습이나 기만·전술에 더이상 속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새로운 결의가 필요하며 그에 입각한 단호한 정책이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가 현재 공동으로 위협을 받고,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은 바로 「의지」라고 하겠다. 이 시점에서 미국이 북괴에 대해서 「의지」를 굽힌다면 앞으로의 사태는 더욱 심각하게 될 것이다. 「밴스」 특사의 내한을 계기로 한·미 회담에서는 원조 문제 등이 토의되고 있는 듯 하나 문제의 핵심은 단호한 「의지」의 표명이 중요하며 여기에 입각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야한다. 우리는 「밴스」 특사를 비롯 한·미국의 조야가 바로 이첩을 똑바로 인식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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