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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쌀값 안정의 묘방|이기홍 <경제개발연구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예년 같으면 쌀값이 내려가야 할 구정을 전후해서 도리어 들먹거리고 있는 쌀값은 여러가지 문제를 제기해주고 있다. 첫째로 지금 쌀값이 올라간다는 것은 도시의 소비자에게 위협이 될 뿐 아니라 돈에 쪼들려 이미 초가을에 쌀을 방매하고 다시 사먹어야 하는 영세 농민을 울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소비 측면에서는 적정선에서 쌀값이 안정되어야 하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양곡 시장 안도 있을 수 있고 정부 양곡 조작안도 있을 수 있겠으나 우선 아쉬운 대로 돈을 갖다 맡겨놓고 그때그때 소요량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신용 있게 공급해주는 제도라도 있었으면 5, 6개월 사이에 갑절씩 치솟는 쌀값의 공포로부터 해방되겠다.
소비자 가격의 안정에 지지 않게 중요한 것은 생산자 가격의 수준 문제이다.
정부는 근대화 작업의 기치 아래 경제 개발 사업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농민을 이 행렬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쌀값의 수준이다.
쌀값은 사회 정의 면에서 다루어야하는 소박한 정치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 발전의 「템포」를 좌우하는 경제 문제이요, 구매력 면에서 한계점에 도달한 여러가지 제조업의 시장 확대 문제와도 직결되는 절박한 문제이기도하다.
우리는 일본이 공업화 초기에 채택했던 농민 착취 정책의 비효율성을 적시해야한다. 민주 정치 풍토가 이를 허용해서는 안될 것이며 일본의 명치 초기와는 달리 우리 나라는 현재 수입 대체 산업이 상당히 발전되어 있기 때문에 농촌 구매력의 증가가 그대로 수입 수요에 직결되지 않고 국내 산업에 상당한 승수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소비자로서 쌀값의 안정을 절실히 바란다.
그러나 정부가 발행하는 물가 지수에 의해도 쌀값은 지난 64년에 비해 10% 남짓 상승했는데 농민이 사 쓰는 직물은 55%나 올라갔다. 사회 정의에 앞서 경제 전략 면에서 반성해 볼 시급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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