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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건 생포작전25분|김신조는 이렇게 잡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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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1명의 북괴「게릴라」가 서울근교를 더럽힌지도 벌써1주일. 군·경·민 일체가된 수색작전은 살인 「게릴라」23명을 사살했지만 생포된것은 단하나-. 북괴군소위 김신조 (27)뿐이다. 남침「게릴라」의 구성·목적·장비·북괴의 유격훈련규모등 귀중한자료와 북괴의 움직임은 김신조의 입을통해 낱낱이 드러나고 사살된「게릴라」의 성명계급도 그만이확인할수있었다. 김신조는 어떻게 사로잡혔는가? 그를잡는데 으뜸가는공을세운 사람들은30사단소속 7명의장병들-. 주희균소령(42·90연대3대대장) 박원근소위(28·공병대영선중대부관) 하용하사 (24·90연대1대대분대장) 차정석2등병 (23·공병대) 서순복중사 (90연대근무중대) 서동군중사 (동) 김영상상사 (공병대인사계) 등 7명의 장병에게서 그당시의생포기를 들어본다.

<장병7명이 수훈>
21일밤 10시10분쯤 청와대에서 약5백미터떨어진 경복고등학교후문쪽에서 싸움이 벌어져 북괴무장 「게릴라」 들이 자하문쪽을 향해 뿔뿔이 도주, 삼각산· 북악산· 인왕산등으로 숨어들어갔다.
30사단은 세검천을끼고 올라가는 홍제동과 그일대의 인왕산·삼각산을맡아 물샐틈없는 수색작전을 벌이고있었다.
조(조) 를 짜서 산으로 올라간 명예전투요원과 「게릴라」들이 서로쏘아대는 총성이 밤하늘을 찢었고 교전수분만에 2명의 「게릴라」 를 사살했다는 전과가 들려온바로 뒤22일 상오1시30분쯤.
세검천을끼고 세검동파출소와 자하문쪽으로 올라가는 오솔길을 경비중이던 30사단잠정혼성후방부대 차경석2등병은 세검천왼쪽홍제동산5 이성문씨집담안에 잠복해있었다. 그때 맞은편 삼각산줄기인 40미터털어진 산중턱에서 개짖는소리가요란하게났다.

<개짖는 소리듣고>
유심히 어둠속을 살피고있으니 사람같은검은물체가 바위를끼고 살살기어내려오는것이었다. 차2등병은 M1총을 겨냥해우선한방을쏘았다. 그리고는 『한놈나왔다』고 소리쳤다. 이소리를들은 박원근소위는 하용분대장등3명을 차2등병이 지적한지점을중심으로 수색토록했다. 5분대기조 (組)에서중사등2명이 달려왔다. 거의 1시간쯤 산중턱을뒤졌으나 괴한은간곳이없었다. 산을내려온 박소위는 바로길가에있는담도없는 길가외딴집이해평씨집 (흥제동산1) 주위를수색했다.
이씨집은 「게릴라」를처음발견한곳에서 30미터쯤 되는곳이었다. 이씨집옆에 붙어있는 큰바위틈에는이씨가 연료용으르 쌓아놓은짚단과 마른풀더미가쌓여있었다.
박소위는 「플래쉬」로그짚더미를 비추기시작했다.

<50센티서 마주쳐>
어뭄속에 싸여 사람의 형체는 안보였지만 반짝이는두눈망울이 「플래쉬」불빛에 반사되어 박소위를 쏘아보고있었다. 이때 허리를 굽히고 살펴보던 박소위와 「게릴라」와의 사이는 불과50센티정도.
박소위는 순간적으로놀랐지만 『내가 발견못한체하면 저놈이 쏘지않을것이다』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박소위는 태연히 서너발짝 걸어 이씨집모퉁이로 몸을뺐다. 그리그「카빈」총구를 그 괴한쪽으로 겨냥했다.
그러나 작년에 청구대학을 졸업한 ROTC5기생인 박소위는 동료간에 침착하기로 이름난청년. 그는 『 30사단이 겹겹이 에워싼 포위망한가운데 도사리고 앉아있는 「게릴라」가 어디로도망칠수있겠는가?사로잡아야겠다는 결의가 뭉클솟아올랐다』 는것이다.
<GMC로 불비춰>
박소위는 손짓으로 하용하사등을시켜 포위망을압축시켰다.
「게릴라」 는 자기의 위치를 군인들이 포위하는지도 모르는듯 짚더미속에계속 웅크리고있었다.
1시55분. 박소위는 「게릴라」 가 숨어있는 머리위 바위에다대고 「카빈」5발을 위협발사했다.
『너는 포위되었다. 손들고 나오라』 그 소리쳤다. 2분정도가 지나도록「게릴라」는 꼼짝않고 침묵을 지켰다. 여러 장병들이 콩볶듯 바위를 목표로 쏘았다. 이때 순찰중이던 90연대3대대장 주희균소령이 GMC 「트럭」을몰고와 「헤드·라이트」로 「게릴라」 가 숨어있는짚더미주위를 밝게비쳤다.
그때서야 비로소 「게릴라」 는 짚더미를 헤치고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두손을 턱높이로 들었다. 이때 주소령은 급한 목소리로 『두손을 머리위로 번쩍들어라. 그렇지않으면쏜다』 고 외치면서 「게릴라」 가슴팍을 겨누고있던 권총으로 어깨위를 위협발사했다. 「게릴라」 가턱높이로 손을 드는것은바로 공격자세였기때문이다.

<현장엔 숨통관도>
주소령은 「게릴라」가 쳐든 왼쪽손이 주먹쥐어져있으며 작은 신형 소련제 수류탄을 감추고있는 것을 눈치챘던것이다.
드디어 「게릴라」 는 왼쪽에 쥐고있던 수류탄을 땅에 떨어뜨렸다. 이수류탄에는 안전 「핀」이 2개있는데 1개는 이미빠져있었다.
서동군하사가 달려나가「게릴라」 의 허리띠를끌러 두손을뒤로 비끄러맸다. 현장몸수색에서 아스피린 「코데인」소화제 「페니실린」연고 각성제 등 약품과 참깨를섞은 검은엿 두뭉치, 그리고 오징어1마리와30센티길이의 숨통「파이프」가 나왔다.
이 「파이프」로는 흙이나 물속에 몸을 완전히숨기고도 숨을 쉴수있다는것.
그러나 「게릴라」 는 총을가지고있지않았다.
(이튿날 장병들은 그의 자백에 따라 인왕산중턱암자뒤에 묻어놓은 것을찾았다)주소령은 「게릴라」 를세워놓고 현장심문을 시작했다.

<"신사적으로하자">
▲주소령=임마 너 그놈들이지?
▲게릴라=그렇다. 진짜다. 제발 신사적으로 대접해다오.
▲주소령=몇명이냐?
▲게릴라=31명이다.
▲주소령=박격포 가지고왔는가?
▲게릴라=수류탄·기관단총뿐이다.
▲주소령=어느쪽으로달아났느냐?
▲게릴라=각자뛰었다. 체념한 「게릴라」는 태연스럽게 말하면서 자기는 군관이니 장교가 와서 연행하라고 큰소리쳤다. 그리고 『신사적으로대우하라』 고 하면서 『나머지는 가서 천천히 이야기하자』 고했다.
새벽3시반쯤「게릴라」는홍제동파출소30사단 임시작전본부로 연행되었다.
작전본부에서의 심문에서 이 「게릴라」 가 북괴124부대 김신조북괴소위라는것이 밝혀졌다. 김신조는 피부에 조그만찰과상 하나도입지않고붙잡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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